中어선 한국EEZ 불법조업 산업화-조직화… 단속 대비 담보금 쌓아두고 한국에 석방 브로커까지
○ 불법 어로 산업화, 시스템화
중국 어선들이 불법 어업 시스템을 갖춘 것은 중국 측 EEZ 내에서는 고기 씨가 말라 더는 어로로 돈벌이가 어려운 데다 일부가 한국 해경에 적발되더라도 중국 어선의 전체 어획량으로 따져볼 때 엄청난 수익을 안겨주기 때문이다. 중국의 어선으로서는 한국 측 EEZ는 ‘대박 어획’을 위한 ‘황금 어장’인 셈이다.
올해 목포해경이 나포한 불법 조업 중국 어선 124척 가운데 영해 침범, 집단 저항 등의 이유로 목포항까지 끌고 온 27척을 제외한 97척 모두가 하루 내에 담보금을 납부했다. 담보금이 일종의 보험금이자 불법 조업의 ‘시드 머니(Seed Money)’로 잡히기만 하면 돈을 내고 풀려났다가 다시 불법 조업 현장으로 돈벌이를 나서는 구조다. 해경 관계자들에 따르면 이런 불법 조업 시스템은 이미 수년 전부터 만들어지기 시작했다. 이제는 거의 모든 중국 어선들이 이런 시스템으로 무장했다.
한국 측 EEZ 내에서의 중국 어선들의 불법 조업이 갈수록 산업화되는 것은 어선이 대부분 개인이나 회사 소유로 바뀌며 영리 목적이 강화됐기 때문이다.
올해 우리 측 EEZ에서 조업을 허가받은 중국 선박은 모두 1700척. 이들 가운데 80∼90%는 개인 또는 회사 소유다. 6, 7년 전까지만 해도 대부분 어선이 ‘OO유한공사’ 등 공공기관 소속이었다. 2001년 한중 어업협정 이전에는 중국 어선 1만2000척이 우리 측 EEZ에서 조업하다 1700척으로 준 것도 불법 조업의 이유로 꼽힌다. 중국 영해의 수산 자원이 고갈돼 어획량이 줄자 우리 EEZ나 영해를 자주 침범하고 있는 것이다.
○ 중국 정부 협조가 필수적
중국 어선들이 대형화되고 불법 어구의 사용도 늘면서 어족자원 남획도 우려되고 있다. 목포해경 3009함 등 경비함 3척이 25일 전남 신안군 가거도 남서쪽 30km 해상에서 단속한 중국 랴오닝(遼寧) 성 유자망 5척(44∼69t급)은 그물코를 작게 만들어 조기나 치어 등을 싹쓸이했다.
목포해경이 2007년부터 5년간 불법 조업 중국 어선 754척의 선적지를 분석한 결과 501척이 산둥 성(66.4%)에서 출항한 것으로 확인됐다. 목포해경 단속 실적은 전국 단속 건수의 3분의 1 이상이다. 나머지 선적지는 중국 랴오닝 성 171척, 허베이(河北) 성 40척, 저장(浙江) 성 27척, 장쑤(江蘇) 성 15척 등이었다. 산둥 성 선적 불법 조업 어선이 많은 것은 지리적으로 한국과 가깝고 중소형 어선들이 많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어선 종류로는 쌍타망(雙拖網·쌍끌이 저인망) 529척(70%), 유자망 137척, 단타망(배 1척으로 운영되는 저인망) 69척, 운반선 18척, 통발 1척이었다.
불법 조업을 근절하기 위해서는 중국 정부의 협조가 반드시 필요하다는 게 해경 측 생각이다. 중국 정부가 어업협정 후속 조치로 쌍타망 등 자국 어선의 수를 줄이고 강력한 지도단속을 해야 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중국 정부는 영해 침범 시에만 해당 어선을 몰수하고 불법 어업에 대해서는 과태료 처분에 그치고 있다. 농림수산식품부 관계자 “중국 측에 불법 조업 어선을 강력하게 제재해 달라고 요청하면 ‘우리도 단속이 힘들다’고만 한다”고 말했다. 이 밖에도 불법 조업 단속 근거를 위한 해양경찰법을 제정해 EEZ 내에서 불법 조업하는 중국 어선들의 어획물과 불법 어구도 몰수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이 역시 중국 정부와 협의를 거쳐야 해 추진이 쉽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다.
목포=정승호 기자 shju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