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산 현대 김승규. 사진제공|울산 현대
승부차기에 강한 골키퍼에는 ‘대범하다’는 수식어가 주로 따라 붙는다. 그러나 김승규는 대범함과 거리가 멀어 보였다.
그는 “2008년 포항과 6강PO 때는 너무 갑작스레 출전해서 이기면 좋고 져도 그만 이라는 생각을 했다. 그런데 23일 수원과 준PO 승부차기 때는 엄청 부담 됐다. 형들이 잘 해서 여기까지 왔는데 내가 망치면 안 된다는 마음에 걱정이 많았다”고 말했다. 다행히 수원을 이겼지만 포항과 PO를 앞두고 김승규는 거의 잠을 못 잤다. 그는 “지금까지 그런 적이 없는데 지난 이틀 동안은 새벽에 두 번씩이나 갑자기 깼다”고 토로했다. ‘선배’ 김영광의 절박함이 김승규에게 힘을 줬다. 김영광은 “내가 PO 때 못 나가니까 승규에게 제발 챔프전을 뛰고 싶다고 부탁했다. 그런데 승규가 정말 제대로 사고를 쳤다”며 대견해 했다. 김승규는 포항을 이긴 당일 밤에야 달콤하게 잠을 청할 수 있었다.
울산|윤태석 기자 sportic@donga.com 트위터@Bergkamp0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