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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디컬 드림팀]분당서울대병원 대장암 치료팀

입력 | 2011-11-28 03:00:00

대장암 3기 수술후 5년 생존율 75%로 끌어올려




분당서울대병원 대장암치료팀이 복강경을 통해 암세포가 발생한 부위를 살펴보고 있다. 외과 혈액종양내과 방사선종양학과 전문의로 구성된 치료팀은 협진으로 환자를 치료한다. 분당서울대병원 제공

2005년 4월 지방의 한 종합병원에서 대장암 판정을 받은 김석주(가명·65) 씨는 대장 절제 수술을 받은 1년 뒤에 암이 재발한 사실을 알았다.

김 씨는 치료방식을 바꿔보기 위해 경기 분당서울대병원으로 달려갔다. 이 병원 대장암치료팀이 진단한 결과 대장에서 발생한 암 세포는 대장뿐만 아니라 간과 방광에도 전이됐다. 대장암 말기 증세였다. 다행스럽게도 간에 침투한 암세포는 지름이 1.5cm로 크지 않았고 경계가 뚜렷했다. 수술만 잘하면 사망 확률을 떨어뜨릴 수 있었다.

외과 혈액종양내과 방사선종양학과 비뇨기과 전문의로 구성된 치료팀은 복강경 수술로 김 씨 몸 안에 퍼진 암세포를 없애기로 했다. 복강경을 통해 암세포를 없애는 수술은 13시간 동안 진행됐다.

수술을 지휘한 강성범 외과 교수는 “간 기능이 떨어져 복강경 수술을 택했다. 개복 수술에 비해 시간이 많이 걸리지만 환자의 회복 속도는 훨씬 빨라진다”고 말했다.

김 씨가 지난달 이 병원에서 전신을 검진한 결과 암세포가 더는 나타나지 않았다. 수술 후 인공방광을 달고 다니긴 하지만 대장암은 완치됐다.

국립암센터 조사 자료에 따르면 대장암 수술 후 5년 생존율은 68.7%. 분당서울대병원은 이 지표를 75.5%로 끌어올렸다. 특히 2004년 대장암치료팀이 구성된 뒤부터 1기 대장암 생존율은 95.2%, 2기는 91.2%, 3기는 75%가 됐다. 김 씨처럼 대장암 말기라도 분당서울대병원에서 치료받은 환자의 5년 후 생존율은 27%로 치료 실적이 선진국 수준에 이르렀다.

○ 삶의 질 좌우하는 항문 보존율

대장암은 맹장 결장 직장에 생기는 악성 종양이다. 대장암 빈발도가 가장 높은 곳은 항문과 가까운 직장 부분으로, 전체 대장암의 40%가 이곳에서 발생한다.

종전에는 항문 부근의 대장암을 수술할 때 항문 기능이 유지될지 장담할 수 없었다. 수술 후 항문 기능이 살아나지 않아 인공항문을 달면 대변이 새어 나오는 등 삶의 질이 크게 떨어진다.

분당서울대병원은 요즘 수술 후 항문보존율을 높이는 데 주력하고 있다.

박진호(가명·32) 씨는 올 5월부터 가끔씩 대변에 피가 묻고 항문 주변에 치질이 만져지는 것을 느꼈다. 동네 병원에선 “항문에서 3cm 정도 떨어진 곳에 3기 직장암이 발견됐다. 수술을 받으면 항문을 없애고 인공항문을 달아야 한다”고 말했다.

수술 후 직장을 계속 다니고 싶었던 박 씨는 치료팀을 찾아 항문 기능을 살릴 수 있는지 물어봤다. 치료팀은 직장에 칼을 대기 전 6주간 방사선 치료를 먼저 했다. 그 결과 암세포는 5cm에서 2cm로 줄었다. 암세포와 항문의 거리도 5cm로 늘어났다. 항문 기능을 살릴 수 있는 가능성이 커졌다.

치료팀은 박 씨의 직장을 모두 잘라내고 결장과 항문을 잇는 수술을 4시간 만에 끝냈다. 수술 결과 항문 주변이나 다른 장기에서 아무런 합병증이 발견되지 않았다. 박 씨는 입원한 지 4일 만에 퇴원해 요즘은 외래 진료를 받고 있다.

치료팀은 2004년 5월부터 올 9월까지 직장암 환자 947명을 치료했다. 이 중 항문을 적출하고 인공항문을 단 환자는 34명에 불과하다. 이 같은 항문보존율은 미국이나 영국 등 선진국 병원을 앞지른 것으로 조사됐다.

○ 복강경 수술도 세계 정상 수준

지금까지 대장암 환자들은 복부를 20cm 이상 절개하는 개복 수술을 받아왔다. 특히 대장암이 다른 장기에 전이된 환자의 수술은 절개 부위가 커질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분당서울대병원 치료팀은 복부에 4cm 크기의 구멍을 뚫어 복강경으로 환부를 잘라내는 복강경 수술로 환자의 조기회복을 돕고 있다.

강 교수는 “복강경 수술에서 정확도가 보장된다면 개복에 따른 합병증을 줄이고 입원기간을 8, 9일에서 4일로 단축할 수 있다”고 말했다. 치료팀은 지난해 복강경 수술의 안전성과 임상연구 결과를 영국 임상 종양학 저널(The Lancet Oncology)에 제출했다.

유전학 연구에 따른 치료성과도 세계 수준에 근접했다. 치료팀은 지난해 대장에서 암 선종(腺腫)이 1000여 개 발견된 김민석(20·가명) 씨를 치료했다. 연구 결과 김 씨의 부모나 조부모는 대장암 유전인자를 갖고 있지 않았다. 하지만 김 씨는 태아 때 생긴 유전체 돌연변이로 대장암으로 진행할 가능성이 매우 큰 선종이 생긴 것으로 확인됐다. 치료팀은 김 씨의 선종이 다음 세대로 유전될 가능성이 50%라고 진단하고 대장을 떼어낸 후 인공 직장을 만들어줬다.

○ 등산으로 다져진 팀워크

분당서울대병원 대장암치료팀이 환자 치료법에 대한 협의를 끝내고 병실 로비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치료팀은 매주 월요일 열리는 회의에서 최적의 진단법과 치료법을 협의한다. 분당서울대병원 제공 

이 병원 치료팀에서 일하는 진료진은 교수 20명을 포함해 40명에 이른다. 대장암 치료 단계에선 강 교수와 한호성 조재영 교수 등 외과 전문의가 수술을 주도하고 있다. 치료팀 대부분은 2003년 분당서울대병원이 문을 열 당시부터 끈끈한 유대 관계를 이어왔다.

치료팀은 주말에 틈만 나면 서울 근교의 산에 오르며 팀워크를 다진다. 강 교수는 “등산을 하면서 병실에서 하지 못했던 얘기를 나눈다”고 말했다. 주말 등산이 끝나면 치료팀은 매주 월요일 오전 진료실에 모여 협진으로 치료해야 하는 환자를 선정한다. 조 교수는 “과목이 다른 전문의들의 상호 신뢰가 뒷받침돼야 최신 진단법과 최적의 치료 방식이 결정된다”며 “등산은 이질적인 구성원들이 신뢰를 쌓는 좋은 기회”라고 귀띔했다.

정위용 기자 viyonz@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