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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과 내일/이진녕]신당이 ‘적대 정치’ 풀 수 있을까

입력 | 2011-11-28 20:00:00


이진녕 논설위원

지금의 여론조사대로라면 내년에 대통령이 될 가능성이 가장 큰 사람은 안철수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장이고, 그 다음은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다. 안 원장은 가만히 있어도 날로 인기가 치솟는다. 안 원장 때문인지 한나라당과 민주당 등 기존 정당 외에 제3의 정당이 필요하다고 보는 국민도 절반이 넘는다. 태어나지도 않은 ‘안철수 신당’에 대한 국민의 지지도가 한나라당과 민주당을 능가하고 있다. 여기저기서 일고 있는 신당 창당 움직임에 국민의 관심이 쏠릴 수밖에 없다.

박세일 한반도선진화재단 이사장은 직접 신당 창당을 위해 뛰고 있다. 내달 중순 창당준비위 발족을 공언할 정도로 진도가 상당히 나갔다. 안 원장의 멘토로 알려진 법륜 스님은 자신이 직접 신당을 만들겠다는 것은 아니다. 누군가가 나서면 적극 돕겠다는 태도다. 그 누군가는 물론 안 원장이다. 법륜 스님은 정토회, 평화재단, 각종 강연회 활동 등을 통해 다져온 대중적 기반이 탄탄하다.

두 사람이 말하는 신당의 필요성은 매우 비슷하다. 박 이사장은 선진화와 통일을 국가적 과제로 설정했다. 이를 이루려면 이념적으로 중도뿐 아니라 합리적 진보와 개혁적 보수를 아우르고, 지역적으로 동서 화합을 이루며, 세대 간 소통도 가능한 대(大)중도통합정당이 필요하다고 말한다. 법륜 스님은 평화 통일과 양극화 완화를 시대적 과제로 꼽았다. 이를 해결하려면 49 대 51의 정부로는 어렵고 보수와 진보, 정치적 무관심자와 무당파까지 아우르는 안정된 지지 기반을 확보한 정치세력이 필요하다는 논리다.

신당 창당 움직임 자체를 폄하할 생각은 없다. 신당을 바라는 국민의 염원도 이해한다. 오죽 답답하고 기댈 곳이 없으면 그런 생각을 하겠는가. 기성 정당과 정치인들이 정치를 잘못한 탓이라면 응분의 대가를 받아 마땅하다. 하지만 과연 현실적으로 박 이사장이나 법륜 스님이 추구하는 이상적 정당이 만들어질 수 있을지 모르겠다. 다른 조건은 똑같은데 단지 새로운 정당, 새로운 인물이 출현한다고 해서 어느 날 갑자기 우리의 정치가 달라질 수 있을까.

우리 사회가 안고 있는 가장 큰 문제는 이념과 정파에 따라 이 편, 저 편으로 갈려 도무지 대화와 타협이 틈입할 여지가 없는 ‘적대(敵對) 정치’라고 나는 본다. 서로 간에 증오심이 넘친다. 이것은 사람의 문제, 정당의 문제만은 아니다.

이명박 정부의 임기는 아직 15개월이나 남았다. 하지만 벌써부터 이 대통령의 존재감은 희미하다. 여당이 사실상 청와대와 정부를 리드한다. 야권은 노골적으로 대통령을 무시한다. 그동안도 광우병 사태, 북한의 천안함과 연평도 도발, 각종 선거 정국을 치르느라 정치적으로 험난한 시절이 많았다. 이전의 노무현 김대중 김영삼 노태우 대통령 때도 사정은 별반 다르지 않았다. 안 원장이나 박 전 대표, 아니면 야권의 누군가가 대통령이 되면 과연 이런 정치 풍토, 이런 대통령의 모습에서 벗어날 수 있을까.

최근 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국민이 시급한 정치개혁 현안으로 꼽고 있는 것은 기초단체장·기초의원 선거 폐지, 분권형 대통령제와 대통령 중임제 도입, 교육자치 폐지, 내각제 실시, 국회의원 중대선거구제 실시 등으로 나타났다. 차제에 사람과 정당에만 관심 가질 게 아니라 우리의 잘못된 정치 제도가 증오의 정치, 적대의 정치를 양산하고 있지는 않은지 진지하게 성찰해 볼 일이다.

이진녕 논설위원 jinnyo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