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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Test]레인지로버 이보크

입력 | 2011-11-29 03:00:00

‘전고후저’ 형태 디자인 파격… 4륜구동 안정성-출력은 여전




26일 부산 해운대와 광안리 일원에서 열린 시승행사에서 도로를 달리고 있는 레인지로버 이보크. 랜드로버코리아 제공

오프로드(험한 길)용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전문업체인 랜드로버가 자사 고급 브랜드인 레인지로버를 달고 이달 한국에 출시한 ‘이보크’는 2008년 미국 디트로이트 모터쇼에서 공개된 콘셉트카의 외관을 그대로 살렸다. 차량 앞부분에서 뒤로 갈수록 높이가 낮아지는 ‘전고후저(前高後低)’ 형태에 지면을 향해 웅크린 듯 낮춘 디자인은 일반 SUV와 큰 차이를 보이는 파격적인 디자인을 이끌어냈다.

26일 부산 해운대와 광안리 일원에서 이보크를 시승하며 단지 외관만이 아니라 성능 면에서도 SUV라기보다는 고성능 세단을 운전하는 듯한 느낌을 받았다. 기능성 위주로 차량을 개발해 온 랜드로버로서도 파격적인 디자인의 이보크는 새로운 실험이다. 랜드로버 관계자는 “이보크의 경쟁 상대는 동급 SUV가 아닌 BMW 미니, 아우디 TT 같은 독특한 디자인의 차량”이라고 설명했다.

이보크는 레인지로버의 라인업 중 차체의 크기와 배기량이 가장 작다. 길이는 4355mm로 현대자동차 투싼ix 등 국산 소형 SUV보다도 짧다. 반면 실내 공간을 좌우하는 앞바퀴와 뒷바퀴의 거리(축거)는 2660mm로 동급과 견줘 넉넉하다. 높이는 1635mm, 너비는 1965mm다.

엔진은 2L급 4기통 휘발유 직분사식 엔진과 2.2L급 터보 디젤 2가지다. 주행 성능은 배기량에 비해 높은 편. 2L 휘발유 모델은 최고 240마력을 발휘한다. 주행 시 가속 능력이 뛰어나다. 시속 190km까지 가뿐하게 속도를 붙여 간다.

이보크의 특징은 엔진을 작게 하면서 차체 무게를 최대한 줄이고 변속구간을 촘촘히 설정해 성능을 높였다는 점이다. 소형화한 엔진을 최대한 쥐어짜내는 느낌으로 달린다. 가속능력을 나타내는 토크 수치는 1750에 불과한 낮은 엔진회전수(RPM)에서부터 최대치(34.7kg·m)가 터져 나온다.

세련된 디자인에 높은 달리기 성능을 갖췄으면서도 랜드로버의 기본 가치인 험로 주행성을 소홀히 하지 않았다. 기존 랜드로버 차량에서 볼 수 있던 험로 주행용 첨단장치가 고스란히 달려 있다. 이 차에 장착된 전자동 지형반응 시스템은 일반도로, 사막, 바윗길 등 주행 모드를 선택하면 서스펜션(현가장치) 상태를 상황에 맞게 최적으로 조절해 준다. 4륜구동 특유의 안정성도 여전하다.

편의장치도 고급스럽다. 초고가 음향 브랜드인 메리디언의 오디오 시스템을 장착했다. 실내 장식은 대부분 가죽으로 감쌌다. 차량 외부에 달린 5대의 카메라로 실내에서 차량 주변의 상황을 모니터로 볼 수 있다.

성능도 디자인도 크게 흠잡을 데가 없다. 다만 다른 브랜드의 동급 차종보다 상대적으로 비싼 가격(7710만∼9090만 원)이 만만치 않다. 한 등급 위인 랜드로버 ‘디스커버리4 3.0 디젤’(7890만∼9270만 원)과도 가격이 겹친다. 랜드로버코리아는 내년 국내 시장에서 이 차를 400∼500대 판매한다는 목표를 세웠다.

부산=이진석 기자 gen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