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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법원 “씨티그룹은 상습 사기범”

입력 | 2011-11-30 03:00:00

‘합의금 내면 소송취하’ 관행 깨고 씨티에 “정식재판 받아라” 명령




미국 법원이 대형 금융회사들이 합의금만 내면 금융비리 혐의에 대해 면죄부를 받을 수 있었던 40년 된 금융 관행에 제동을 걸었다.

28일 미국 맨해튼지방법원의 제드 라코프 판사는 씨티그룹이 2억8500만 달러(약 3265억 원)의 합의금을 내면 사기 혐의 제소를 취하하겠다는 미 증권거래위원회(SEC)와 씨티그룹 간의 합의안을 인정하길 거부하고 정식 재판을 받으라고 명령했다.

SEC는 씨티그룹이 1억 달러 규모의 주택담보대출(모기지) 관련 파생상품을 2007년 투자자들에게 팔면서 위험을 제대로 알리지 않아 투자자들에게 7000만 달러의 손실을 입혔다며 제소한 상태다.

라코프 판사는 이날 판결문에서 “양자의 합의는 공정하지도 합리적이지도 않으며 공익에 반한다”며 “게다가 씨티그룹은 자신의 혐의를 인정하거나 부인하는 어떤 증거도 제시하지 않았다”고 덧붙였다.

라코프 판사는 “씨티그룹의 ‘사기’ 혐의에 대해 진실 여부를 가리는 것이 소송을 마무리하는 일보다 중요하다”며 “씨티그룹은 그동안 금융사기를 금지한 규정을 여러 차례 어긴 상습범”이라고까지 했다.

SEC는 그동안 구체적인 증거를 찾는 시간과 비용이 많이 든다는 이유로 해당 금융회사가 잘못을 인정하거나 부정하지 않은 상태에서 적당한 합의금을 내면 소송을 취하해왔다.

대형 금융회사들도 혐의를 인정할 경우 향후 투자자들로부터 제기될 민사소송의 증거로 활용될 것을 우려해 이 같은 합의 방식을 선호했다.

그러나 투자자들은 이 경우 실제 금융회사가 치르는 배상금이 턱없이 적다고 비판해왔다. 지난해 SEC로부터 사기 혐의로 제소된 골드만삭스는 5억5000만 달러의 합의금을 지급하고 면죄부를 받았는데 수익에 비해 배상금 규모가 작다는 지적을 받았다.

씨티그룹도 2007년 파생상품을 팔면서 1600만 달러의 수익을 챙겼다. 월스트리트저널은 “이번 판결은 지난 40년 동안 이어진 이런 금융규제 당국의 관행을 뒤엎은 것이다. 월가는 지금 큰 충격에 빠져 있다”고 보도했다.

한편 씨티그룹은 “법원 판결에 동의하지 않는다. 재판에 대비해 증거자료 확보에 나설 것이며 벌금 부과에 대한 법적 대응도 준비할 것”이라고 말했다.

뉴욕=박현진 특파원 witness@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