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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세상/박성현]기초과학연구원 출범에 거는 기대

입력 | 2011-11-30 03:00:00


박성현 한국연구재단 기초연구본부장

25일 오세정 기초과학연구원(기과연) 초대 원장이 임명됨으로써 아직 조직과 건물은 없으나 기과연이 출범한 셈이다. 이명박 대통령이 기과연을 핵심으로 하는 과학비즈니스벨트사업을 공약으로 내건 이후 많은 난관과 논란을 거쳐 탄생한 기과연이라 특히 과학자들에게는 출범이 감격적이다. 기과연에 거는 과학자와 국민의 기대가 크다.

국가경쟁력은 과학기술 경쟁력이 좌우하고, 과학기술 경쟁력은 연구개발(R&D) 투자가 좌우한다는 것을 국민도 인정하고 있다. 정부 R&D 예산을 보면 2005년 7조8000억 원에서 2010년 13조7000억 원으로 지난 5년간 매년 12% 정도 늘었다. 고무적인 정부의 노력이다. 그러나 이 R&D 예산 중에서 기초연구가 차지하는 비중은 2010년 28.8%로 아직 낮은 수준이다. 특히 기초연구 중에서 순수 기초과학에 대한 투자는 선진국에 비해 현저히 낮다. 지난해 정부 R&D 예산 중 순수 기초과학 분야(수학 물리 화학 생명과학 지구과학) 투자는 11.0% 정도다. 이것도 생명과학을 제외하면 6.5%에 불과하다. 오늘날 지식기반 사회에서 순수 기초과학을 바탕으로 하는 기초연구가 원천기술 개발과 고부가가치 산업 창출의 핵심으로 부상하는 것을 감안하면 정부 R&D 예산은 기초연구에 더욱 투자해야 하며, 기과연이 기초연구의 메카가 되기를 과학인들은 기대하고 있다.

우리나라는 6·25전쟁을 겪으면서 극심한 혼란과 빈곤에 허덕이던 1960, 70년대 박정희 대통령의 과학중흥정책으로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 설립, 대덕연구단지 설립, 공업단지 조성 등으로 발전의 계기를 마련한 바 있다. 1970년 1인당 국민소득이 255달러에 지나지 않았으나 가파른 성장을 거듭해 ‘한강의 기적’을 이룬 결과 2006년에는 1만9722달러에 이르렀다. 이후 2만 달러 근처에서 맴돌면서 확실한 성장 동력을 찾지 못한 채 소위 ‘중진국의 덫’에 갇혀 있다. 내년 전망도 우울하다. 삼성경제연구소는 ‘2012년 세계경제 및 한국경제 전망’ 보고서에서 우리 경제의 성장 동력이 냉각돼 내년 성장률이 3.6%에 그칠 것으로 내다봤다.

이제는 종래 사용해온 선진국을 모방하는 ‘추격형’ 과학기술 패러다임으로는 현재의 어려움을 극복할 수 없다. ‘창조형’ 과학기술 패러다임으로 빨리 전환해야 한다. 기존 개발연구 중심의 정부 R&D 투자전략도 창조적 기초연구 중심의 전략으로 바꿔야 한다. 이러한 패러다임을 수행할 주체로 기과연이 앞장서야 한다. 1960, 70년대 KIST가 우리나라 과학기술연구의 새로운 모멘텀을 제공했듯 앞으로 기과연이 과학기술연구의 모멘텀을 제공해야 한다.

우리나라는 아직 기초과학을 종합적으로 연구하는 큰 규모의 연구원이 없다. 미국의 로런스 버클리 국립연구소, 일본의 이화학연구소, 프랑스의 국립과학연구원, 독일의 막스 플랑크 연구소 등이 수천 명 이상의 연구원으로 구성된 것을 보면 부러울 따름이다. 기초과학 연구는 수많은 우수한 인재가 모여 개방적이고 자율적으로 치열한 토론을 할 수 있는 창의적인 연구 환경이 조성될 때 연구의 상승효과가 발생할 수 있다. 이번에 출범하는 기과연이 이런 세계적인 연구원들과 어깨를 나란히 하기 위해 ‘네 시작은 미약하나 네 나중은 심히 창대하리라’는 기대가 현실이 되길 기원한다.

장기적으로 볼 때 기초과학에 대한 투자는 가장 확실한 지속 가능한 경제 발전을 위한 길이다. 우리 후손이 좀 더 풍요롭게 살고 세계에서 좀 더 영향력 있는 국가로 우뚝 서기 위해서 기초연구에 과감히 투자하고, 기과연을 명실공히 세계적인 기초과학 연구의 명소로 키워 줄 것을 당부하고 싶다.

박성현 한국연구재단 기초연구본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