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년전 KBO 사무총장 시절때 베이징올림픽 우승 기억 못잊어가난한 스포츠 꿈나무 돕기위해 돈 많이 벌어 장학사업도 해야지
일러스트레이션 김수진 기자 soojin@donga.com
과거 선배 한 분이 술자리에서 “일성아, 뱃사람들은 언제가 제일 행복한 줄 아니?”라고 물었다. 나는 “고기를 많이 잡을 때”라고 대답했다. 선배는 웃으며 말했다. “너도 인생을 더 살아봐라. 뱃사람들은 고기를 많이 잡았을 때 가장 행복한 게 아니다. 배를 타고 있을 때가 가장 행복하지. 그게 인생이다.”
나는 그 얘기를 듣고 고개가 숙여졌다. 뱃사람들은 고기를 많이 잡았을 때가 행복할 거라는 생각으로 나는 인생을 살아온 것이다. 내가 하는 모든 일이 부와 명예를 얻는 수단이라고 생각했다. 그제야 내가 하는 일들을 고맙게 생각하고 즐기면서 살지 못했음을 깨달았다.
정말 내가 죽기 전에 하고 싶은 일은, 가능할지 모르겠지만 프로야구단 사장이다. 2008년 베이징 올림픽에서 한국 야구가 금메달을 따는 순간 당시 단장으로서 인생 최고의 희열을 느꼈다. 야구단 사장이 된다면 야구 철학과 뜻이 맞는 이들과 멋진 팀을 만들 거다. 그래서 베이징 올림픽 같은 드라마를 쓰는 팀과 함께 한국시리즈 우승 드라마를 쓰고 싶다.
야구 해설가로 30년 세월을 후회 없이 보냈다. 물론 부족한 점은 예나 지금이나 많다. 잠시 해설가에서 벗어나 한국야구위원회(KBO) 사무총장으로 나름대로 최선을 다했다. 그때의 노하우가 야구단 운영에 도움이 되지 않을까.
베이징 올림픽 금메달을 딴 젊은 야구선수들을 보면서 이 세상을 살아가는 진정한 힘이 무엇인지 깨달았다. 예전에는 나만 능력이 있으면 얼마든지 살아갈 수 있고, 나에게 힘이 있으면 어떤 난관도 이겨낼 수 있다고 믿었다. 돌이켜보면 베이징 올림픽 야구대표팀은 역대 대표팀 가운데 약체로 평가됐다. 하지만 선수들은 기적을 이뤄냈다. 그리고 지금은 프로야구의 기둥으로 성장했다.
당시 야구대표팀 김경문 감독은 “능력과 기술에 중점을 두는 대신 서로 협력하고 희생하는 팀을 만들겠다”고 했다. 자신의 생각대로 선수를 뽑아 대회 직전까지 불안했던 게 사실이다. 올림픽이 시작된 뒤 한국 야구가 미국과 캐나다를 이길 때만 해도 왜 이기는지 잘 몰랐다. 그러나 선수들은 마음이 통했다. 이택근 선수는 “팀의 주전이 아니어서 동료와 팀에 도움이 되지 못해 가슴이 아팠다”며 이렇게 말했다. “내가 팀을 위해 무엇을 할 수 있을까 고민했다. 새벽에 일어나 선수들 방마다 켜져 있는 에어컨을 끄는 일을 했다. 혹시 감기라도 걸릴까 걱정됐기 때문이다.”
죽기 전에 하고 싶은 일이 하나 더 있다. 가능한 한 돈을 많이 벌고 싶다. 나와 가족의 행복을 위해서가 아니다. 지금 해설과 강연을 다니는 것만으로도 생활하는 데 부족함이 없다. 돈을 더 벌고 싶은 이유는 어려운 스포츠 꿈나무를 돕고 싶어서다. 스포츠 각 분야에서 최고를 꿈꾸면서도 돈이 없어 꿈을 포기하는 이들이 적지 않다. 이들에게 희망을 주는 장학사업을 하고 싶다. 오늘도 전국을 누비며 이 꿈을 향해 걸어간다.
하일성 KBS 야구해설위원 스카이엔터테인먼트 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