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육시설서 자란 우등생 강기영 군 대학등록금 없어 발동동

최근 경희대 태권도의학과 수십 모집에 최종 합격 통보를 받은 강기영(가명·오른쪽) 군이 D정보고 체육관에서 훈련을 하고 있다. 이삭의 집 제공
부산 수영구 광안4동 개인 운영 아동양육시설인 ‘이삭의 집’에 사는 강기영(가명·18) 군이 최근 경희대 태권도의학과 수시모집에 최종 합격했다.
그는 1999년 한 수녀의 소개로 이 시설로 왔지만 ‘사고뭉치’였다. 초등학교에 들어가서도 공부보다는 노는 걸 좋아해 학교와 집에서 유리창을 깨기 일쑤였다. 동네 가게에서 빈병을 훔쳐 다른 가게에 팔려다 들켜 자주 혼이 났다. 이삭의 집 주영숙 원장은 비뚤어져 가는 기영 군의 성격을 고치기 위해 자원봉사자에게 부탁해 태권도를 가르치게 했다. 그는 비교적 잘 따랐다. 집중력도 빠르게 나아졌다. 중학교를 다니는 동안 낮에는 태권도를 배우고 밤에는 학교 공부를 하면서 모범생으로 변한 것.
강 군은 “원장 엄마 꾸중이 싫었는데 지금 저를 있게 한 영양분이었다”며 “꿈에까지 등장했던 엄마 잔소리가 꿈만 같은 명문대 합격을 만든 것”이라고 고마워했다. 태권도의학과는 수학, 과학, 영어 등 기본이 탄탄해야 해 합격 통보를 받은 날부터 공부를 다시 시작했다. 요즘은 새벽까지 초중학교 수학 문제집을 풀고 있다.
주 원장은 “‘배부르게 밥만 먹을 수 있으면 좋다’고 했던 아이가 이제 당당하게 세상에 서게 됐다”며 “이삭의 집은 축제 분위기지만 걱정도 생겼다”고 전했다. 기초생활수급자 혜택은 있지만 당장 강 군 등록금과 입학금 마련이 걱정이라는 것. 시설 퇴소를 앞둔 그가 학비와 생활비를 해결할 방법이 없어 발만 동동 구르고 있다. 1년은 기숙사에서 생활한다고 하지만 앞으로가 더 문제다. 주 원장은 “이삭의 집 원아 16명은 기영이를 희망으로 삼고 있다”며 “그가 마음껏 미래를 개척해 나갈 수 있도록 관심과 배려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조용휘 기자 silent@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