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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3 교실 “실수로 등급 떨어진 상위권 재수 늘듯”

입력 | 2011-12-01 03:00:00

어제 수능 성적표 배포




“실수 때문에 점수가 떨어졌어요.” “전보다 덜 틀렸는데도 등급은 내렸으니….”

30일 대학수학능력시험 성적표를 받아든 고교 3학년 학생들 사이에 한숨이 섞여 나왔다. 수능이 전반적으로 쉽게 출제돼 예상보다 등급과 표준점수가 떨어졌다는 학생이 많았다. 재수를 결심하는 학생도 많았다.

이날 오전 10시 서울 마포구 서울여고 3학년 교실. 웃고 떠들던 학생들이 성적표를 받는 순서대로 표정이 굳어갔다. 성적표를 받은 뒤 바로 살펴보는 학생도 있었지만 덮어놨다 한참 뒤 보는 학생도 적지 않았다.

신화진 양은 1시간이 넘어서야 ‘2등급’이 적힌 외국어영역 점수를 확인했다. 신 양은 “실수로 2점짜리 3개를 틀려 2등급을 받았다. 시험 전 희망했던 대학보다 낮춰 지원해야 한다”며 “재수를 못하면 반수라도 해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고에서도 비슷한 풍경이 연출됐다. 강호진 군은 “평소 대부분 영역에서 2등급이 나왔는데 이번엔 엄청 못 봤다. 수시 2차로 서강대에 지원했었는데, 최저 등급(2등급 3개)이 안 된다. 무조건 재수해야 한다”며 “수능이 쉬우니 실수 탓에 스스로 망할 수 있는 것 같다”고 지적했다.

진학지도 교사들은 안타까움을 토로했다. 최재일 여의도고 교사는 “최상위권은 변별력이 없고, 중위권은 경쟁이 치열할 것 같다”며 “학생들이 성적이 안 좋아 마땅히 진학할 대학이 없다며 막막해하고 있다”고 했다. 김형권 휘문고 교사는 “언수외가 쉬워지면서 오히려 탐구영역이나 제2외국어에서 표준점수 차이가 커지는 현상이 나타났다”며 “실수로 등급이 떨어진 상위권 가운데 상당수가 자기 점수를 인정하지 못해 재수를 결심하는 것 같다”고 했다.

이영덕 대성학력개발연구소장은 “언어와 수리‘가’형이 약간 어렵게 나왔는데, EBS 교재 이외의 것도 공부한 재수생들이 변형 문제에 강점을 보인 것 같다”며 “내년에도 쉬운 수능 기조가 유지된다니 재수생이 늘어날 것”이라고 말했다.

최예나 기자 yena@donga.com   
김도형 기자 dodo@donga.com   
주애진 기자 jaj@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