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축가 故 정기용씨 마지막 작품 김해 ‘기적의 도서관’ 문열어지역 기후-역사까지 고려해 설계
다락방으로 가는 계단 김해 기적의 도서관 내 ‘4차원의 방’ 계단은 마치 시골 옛집의 작은 다락으로 가는 통로 같다. 아이들이 마음껏 상상력을 펼칠 수 있도록 한 정기용 교수의 세심한 배려가 느껴진다. 책읽는사회문화재단 제공
“정 교수님은 ‘기적의 도서관’이 한 건축가의 상상력이나 기법으로 만들어진 게 아니라고 여러 차례 이야기하셨어요. 도서관을 이용하는 어린이와 엄마, 그리고 지자체와 시민단체의 경험과 관찰, 다양한 발상에 건축가의 지혜를 조금 더해 완성했을 뿐이라는 거죠. 그런 감응(感應)의 결정체가 바로 이 도서관입니다.”
한 예로 당시 이 지역엔 아파트 단지가 지어지고 있었다. 정 교수는 “이 도서관이 ‘아파트 숲’이라는 불모지적 상황을 치유하는 ‘생명의 정원’이 돼야 한다”고 시종일관 강조했다. 도서관 내부 구석구석엔 아이들이 자신을 숨길 수 있는 공간을 마련했다. 한옥의 다락같은 공간이 있어야 아이들이 마음껏 상상력을 펼칠 수 있다는 설명이었다.
“2010년 8월 정 교수님이 마지막으로 이곳을 찾으셨죠. 당시 건강이 무척 좋지 않으셨는데도 안전모를 쓰고 현장을 꼼꼼히 둘러보셨어요. 도서관이 새 건축물인데도 오래된 건물처럼 지역에 녹아든 것을 가장 마음에 들어 하셨어요. 이렇게 개관하는 모습을 함께 보지 못한 게 아쉬울 뿐입니다.”(안찬수 사무처장)
책장이 아기자기하게 배치된 도서관 내부.(왼쪽), 아파트 숲과 경쟁하지 않는 도서관 전경.(오른쪽 위), 11월 30일 김해 기적의 도서관 개관식에 문재인 노무현재단 이사장(오른쪽)과 권양숙 여사(오른쪽에서 두번째)가 참석했다. 김해시 제공(오른쪽 아래)
“우와, 여기 놀이터 같아.”
개관식 행사는 하루 종일 추적추적 내린 비 때문에 매끄럽게 이어지지는 못했다. 하지만 기자가 도서관 내 영유아방에서 만난 한 엄마는 “비가 올 때 이곳이 더 좋다”고 했다. 아이와 함께 책도 보고, 바닥에 누워 쉬기도 하는 따스한 놀이방 역할을 제대로 하기 때문이다. 볼이 발그레한 아이, 오래된 것 같아 더 정겨운 새 도서관 건물, 안경 쓴 어린아이 같은 정 교수의 사진 속 미소가 꼭 닮아있었다.
김해=이지은 기자 smile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