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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사권 방어 못하면 검찰총장 물러나라” 현직 부장검사, 수뇌부 비판뒤 사표

입력 | 2011-12-01 03:00:00

형소법에 정통한 이완규 검사
검찰 내부통신망에 항의글, 韓총장 “충정 이해” 사표 반려




이완규 서울남부지검 형사4부장(50·사법시험 32회·사진)이 30일 검경 수사권 조정안이 반영된 형사소송법 시행령에 반발해 ‘수사지휘권 침해조항을 막지 못한다면 법무부 장관과 검찰총장이 사퇴하라’는 취지의 글을 올린 뒤 사표를 냈다.

이 부장은 이날 오전 10시 37분 검찰 내부통신망인 이프로스에 올린 글에서 “내사 (범위 축소) 문제보다 더 심각한 것이 경찰의 이의제기권을 인정하고 검찰의 수사지휘권을 제한한 개별 조항”이라며 “대검은 그저 내사 문제에 대한 경찰 반발에 대응할 뿐 다른 조항들에 대해선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있다”고 법무·검찰 수뇌부를 비판했다. 또 “언제부터 검찰이 대통령이 화를 내면 지휘권을 떡 내놓듯이 내놓는 기관이 되었습니까. 언제부터 검찰이 총리실에 가서 수사지휘권을 구걸하는 조직이 되었습니까”라며 강한 불만을 드러냈다.

한상대 검찰총장은 “국민과 검찰을 아끼고 사랑하는 충정에서 나온 것으로 이해한다”며 사표를 반려했지만 이 부장의 뜻은 완고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부장은 올 6월 형사소송법 개정 당시 대검 형사1과장으로 일하며 검찰 측 실무진을 이끌었다. 이 부장은 1991년 서울대 대학원에서 형사소송법 분야 박사학위를 받는 등 검찰실무와 법이론에 모두 정통한 검사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이날 이 부장의 글에는 “충정을 이해한다” “사퇴를 재고해 달라”는 댓글이 100건 넘게 달렸다.

하지만 경찰 측 고위관계자는 “수사지휘에 이의를 제기하지 말라는 것은 검사는 무조건 옳다는 구시대적 사고”라며 “이의제기권은 이미 존재하는 권리를 명문화한 것일 뿐 실효성은 거의 없어 이 부장의 사퇴는 뜬금없는 결단”이라고 평가 절하했다. 손동권 건국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도 “검찰청법 7조에 상급 검사의 부당한 지휘·감독에 대해 하급자가 이의제기를 할 수 있는 조항이 있는데 검경 관계에도 이 원칙이 적용돼야 한다”며 “검찰이 시대 변화를 수용해야 한다”고 말했다.

최창봉 기자 ceric@donga.com   
신광영 기자 ne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