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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현정택]한미 FTA, 잘 꿰어야 보배다

입력 | 2011-12-01 03:00:00


현정택 인하대 국제통상학부 교수

우여곡절을 겪었지만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이 비준절차를 끝낸 것은 다행스러운 일이다. 지금 세계 경제가 유럽의 재정위기로 흔들리고 있으며 경기침체 여파로 세계 무역도 크게 둔화되고 있다. 한국 경제의 견인차 역할을 하는 수출이 주춤하는 상황이며, 한국개발연구원(KDI)은 올해 한국 경제가 잠재성장률에 훨씬 못 미치는 3.6% 수준의 성장을 보일 것이라고 했는데 이마저 그리스 등 유럽 문제가 악화되지 않는다는 전제에서다.

세계 최대의 경제 규모를 가진 미국과의 FTA는 어려운 상황에 처한 한국 경제에 돌파구를 여는 계기가 될 수 있다. 다만 ‘구슬이 서 말이라도 꿰어야 보배’라는 말처럼 우리 정부와 기업이 한미 FTA를 활용하는 제도와 절차를 착실히 실행해야 기대하는 효과를 거둘 수 있다.

먼저 FTA에 따른 특혜관세를 받기 위해 필요한 원산지 기준을 충족하도록 노력해야 한다. 아세안, 인도와 FTA를 맺은 후에도 국내 수출기업이 특혜관세 혜택을 받는 비율은 10%대로 아주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특히 중소기업들이 내용을 잘 모르거나 혜택에 비해 원산지 증명에 필요한 준비 절차 등이 복잡하다고 여겼기 때문이다. 그러나 각 나라의 수출기업들이 치열한 경쟁을 벌이는 미국 시장에서는 3∼5%의 낮은 관세라도 부과하느냐, 하지 않느냐에 따라 점유 판도가 달라지기 때문에 FTA를 철저히 활용할 수 있게 원산지 기준을 숙지하고 회계자료 등을 구비하는 것이 필요하다. 가장 큰 수혜품목으로 꼽히는 자동차 및 부품의 경우 공제법 직접법 순원가법 중에서 업체에 적합한 부가가치 기준을 맞추도록 노력하고, 섬유 원산지와 관련한 원사 기준의 미국세관 판정사례 등을 분석하고 대처해야 한다.

한미 FTA를 계기로 제도를 투명하게 만들고 선진화하는 것도 중요하다. FTA 협정 전반에 걸친 원칙은 투명성이다. 숫자로 표시된 관세율 인하 등의 조항보다 서비스 법률 지식재산권 등 시스템의 개선 부분이 더 중요한 내용이라고 할 수 있다. 한미 FTA를 통해 연평균 약 30억 달러 내외의 외국인 투자가 기대된다는 연구 결과가 있는데 이런 투자는 국내 제도와 관행의 선진화가 조속히 이뤄져 외국인투자가에 대한 보호가 국제적으로 신뢰받는 수준에 이를수록 더욱 촉진될 것이다. 이런 맥락에서 보면 글로벌 스탠더드라고 할 수 있는 투자자·국가소송제도(ISD)를 폐기해야 한다는 주장이 국회 심의 과정에서 제기된 것은 이해하기 힘들다.

FTA로 인해 피해를 보는 산업에 대한 대책도 물론 중요하다. 한미 FTA 이후 연간 900억 원의 생산 감소가 예상되는 돼지고기 등 농업 부문에 대해 정부와 국회가 향후 10년간 22조 원의 지원대책을 마련했다. 그러나 피해대책을 추진할 때도 정교한 프로그램을 짜서 실행해야 한다. 한-칠레 FTA 당시 복숭아 농가의 피해가 클 것이라는 주장을 받아들여 수백억 원을 지원했지만 칠레산 복숭아가 전혀 들어오지 않았던 전례를 거울삼을 필요가 있다. 한미 FTA를 계기로 상대적으로 관심이 소홀했던 제조업과 서비스업에 대한 피해대책을 정비하는 일도 시급한 과제다. 그동안 조 단위가 넘는 농업 지원에 비해 제조업 지원은 수십억 원에 불과했다. 그나마 직접 보조는 없고 융자가 중심이었다. 제조업에 대한 FTA 지원 실적이 부진했던 이유는 요건이 너무 엄격한 데도 원인이 있다. 예를 들어 매출이 25% 이하로 감소돼야 지원 심사 대상이 되는 것이다. 이 요건을 맞춘 한 시계회사는 신청 후 지원 결정 단계에서 망했다. 한미 FTA 이후 수입품과 경쟁이 예상되는 기업, 특히 중소기업을 실질적으로 보호하려면 요건을 신축적으로 조정 운용하고 예산을 확대해야 한다.

한국 정부가 시범적으로 맺은 칠레와의 FTA가 발효된 지 7년, 세계 제1의 시장인 미국과 FTA를 맺었다. 한미 양국의 비준이 끝나 발효를 준비해야 하는 현 시점에서도 FTA에 대한 반대를 계속하거나 정쟁의 대상으로 삼는 것은 FTA로 거둘 수 있는 효과를 반감시키는 일이다.

현정택 인하대 국제통상학부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