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릭스와 계약 앞두고 롯데와 마지막 시간 가져
이대호는 이제 롯데 소속이 아니지만 30일 구단납회에 참석해 팀과 동료들에게 이별을 알렸다. 그는 “오릭스에서 2년 안에 최고로 인정받는 타자가 되고 싶다”고 밝혔다. 동아일보DB
일본 오릭스와 계약을 앞두고 있는 이대호는 이제 롯데 선수가 아니다. 하지만 그는 이날 롯데 점퍼를 입고 행사에 참석했다. 정들었던 팀과 동료들에게 이별을 고하는 자리였기 때문이다. 이대호는 복잡한 심경이지만 오릭스에서 뛰게 될 내년 시즌에 대한 기대를 감추지 않았다.
―마지막으로 롯데 점퍼를 입는 날이 될 것 같다.
“롯데 유니폼을 입고 좋았던 기억, 아쉬웠던 기억이 너무 많다. 처음 포스트시즌에 진출했던 2008년, 9경기 연속 홈런을 친 지난해 등이 많이 생각난다. 그래도 한국시리즈 우승을 못해 보고 팀을 떠나게 돼 아쉽다.”
―팬들의 기대와 불안이 공존하고 있다.
“어차피 야구는 부딪쳐봐야 안다. 지난해 내가 7관왕을 할 거라고 예상한 사람이 누가 있었나. 중요한 건 후회 없는 플레이를 하는 것이다. 나보다는 팀을 위해 뛸 것이다. 롯데에서처럼 오릭스에서도 이 마음은 변치 않을 것이다.”
―오릭스에서 어느 정도의 활약을 예상하나.
“2년 안에 팀을 우승으로 이끌고 최고로 인정받는 타자가 되고 싶다. 2년 후엔 오릭스와 더 좋은 조건으로 재계약하거나 더 좋은 대우를 해주는 팀으로 갈 것이다. 메이저리그에 갈 수도 있다. 선수라면 누구나 더 좋은 대우를 받길 바란다. 이번에 오릭스에 가기로 한 것도 최고 대우(2년간 7억 엔)로 자존심을 세워줬기 때문이다.”
―오릭스라는 팀에 대한 느낌은 어떤가.
“스즈키 이치로(시애틀)가 뛰었던 팀이라 오래전부터 알고 있었다. (이)승엽이 형과 (박)찬호 형이 뛰어서 한국에도 많이 알려진 팀이지만 올해 아깝게 4위를 했다. 사실 1위 팀에 가봐야 내가 뭘 하겠는가. 중위권 팀을 1위 팀으로 만들고 싶다.”
―해외 생활이 끝나면 롯데로 복귀할 것인가.
“돌아오게 된다면 잘해서 더 좋은 대우를 받고 오겠다. 어릴 적 찬호 형과 승엽이 형을 보며 꿈을 키웠듯 나도 후배 선수들의 꿈을 키워주는 선수가 되고 싶다. 롯데의 4번 타자가 아닌 한국의 4번 타자가 되기 위해 열심히 하겠다.”
―일본의 세밀한 야구에 대비를 하고 있나.
“편하게 생각하려고 한다. 몸쪽을 던지면 맞고 나가면 되고 유인구를 던지면 안 치면 된다. 일본 투수가 아무리 제구력이 좋아도 실투는 한다. 에이스급 투수들은 노려서 치면 된다.”
―앞으로 일정은….
“다음 주 부산에서 오릭스와 계약하고 기자회견을 할 것이다. 일본은 2월 1일부터 스프링캠프에 들어가니까 일찍 몸을 만들 생각이다. 롯데의 양해를 얻어 내년 1월에 사이판 전지훈련에 합류할 계획이다.”
―팬들에게 하고 싶은 말은….
“많은 성원에 보답하는 길은 야구 잘하는 것밖에 없다. 내 홈런으로 스트레스가 풀리셨으면 좋겠다. 사실 난 그동안 야구를 하면서 많은 고정관념을 깨왔다. 뚱뚱한 사람도, 발 느린 사람도 야구를 잘할 수 있다는 걸 보여줬다. 일본 진출 첫해에 타자가 성공한 사례가 없다지만 내가 바로 첫 번째 주인공이 되고 싶다.”
통영=이헌재 기자 uni@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