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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종석기자의 퀵 어시스트]‘워리은행’ 조롱, 이유 있었다

입력 | 2011-12-01 03:00:00


한국여자농구연맹 인터넷 홈페이지의 우리은행 소개를 보면 이런 글이 나온다. ‘1958년 창단된 우리나라 최초의 여자농구팀으로 52년의 역사와 전통을 자랑하는 명문구단입니다.’ 여기에는 올 시즌 각오도 있다. ‘김광은 코치를 감독으로 선임해 젊은 선수들과 소통하여 올해는 4강 플레이오프 진출을 목표로 명문가의 재도약 준비를 마쳤습니다.’

하지만 우리은행의 현주소를 보면 과거의 영화는 사라진 채 공염불만 늘어놓고 있는 모습이다. 우리은행은 최근 12연패에 빠졌다. 1승 13패로 승률은 1할도 안 되는 0.071이다. 2007년 성추행으로 구속 기소된 당시 박명수 감독 사건은 재론하고 싶지도 않다. 농구단 창단 50주년이던 2008년을 기점으로 3년 연속 최하위에 그친 데 이어 이번 시즌까지 4년 연속 꼴찌가 유력하다.

온 힘을 모아도 시원찮을 판에 선수단 분위기는 흉흉하다. 김광은 감독(40)은 한 선수에게 손찌검을 했다는 이유로 30일 사퇴했다. 구단은 사의를 밝혔다고 했지만 대외 이미지를 고려한 경질 조치였다. 폭력은 어떤 경우에도 정당화될 수 없다. 연패 스트레스가 컸더라도 주장 선수 머리에 공을 집어던지거나 갑상샘항진증까지 있는 선수의 목을 눌러 상처를 낸 행동은 비난받아 마땅하다.

그렇다고 우리은행을 둘러싼 일련의 사태가 감독 한 명의 책임은 아니다. 구단의 총체적인 난국이 화근이었다는 지적이 많다. 우리은행은 8월 정태균 감독을 총감독으로 퇴진시키고 김광은 코치를 감독으로 끌어올렸다. 경질에는 정 감독의 지도 스타일이 너무 부드러우며 외부 체력훈련이 많아 힘들다는 일부 선수 면담 결과가 영향을 미친 것으로 알려졌다. 코치 부임 5개월 만에 승진한 김광은 감독은 “프로 지도자 경험이 전혀 없어 너무 당황스러웠다”고 털어놓았다. 승진 배경은 고교 코치 시절 그가 보여준 강한 카리스마였다. 우리은행 정화영 단장은 이번 사태에 대해 “새 감독의 지도 스타일이 다르다 보니 적응 단계에서 일어난 일”이라며 파문을 축소하려 했다.

우리은행은 1년 9개월 동안 단장이 네 번이나 바뀌는가 하면 프런트 직원의 잦은 교체로 구단 운영의 전문성이 떨어졌다. 미래를 내다본 신예 육성을 외치며 사관학교 운운하다가 어느새 성적 부진을 탓하는 등 일관적인 리빌딩 정책도 찾기 힘들었다.

일부 농구인은 우리은행을 ‘워리은행’으로 부른다. 걱정거리(worry)가 쏟아진다는 의미다. 고개가 절로 끄덕여진다.

김종석 기자 kjs0123@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