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여자농구연맹 인터넷 홈페이지의 우리은행 소개를 보면 이런 글이 나온다. ‘1958년 창단된 우리나라 최초의 여자농구팀으로 52년의 역사와 전통을 자랑하는 명문구단입니다.’ 여기에는 올 시즌 각오도 있다. ‘김광은 코치를 감독으로 선임해 젊은 선수들과 소통하여 올해는 4강 플레이오프 진출을 목표로 명문가의 재도약 준비를 마쳤습니다.’
하지만 우리은행의 현주소를 보면 과거의 영화는 사라진 채 공염불만 늘어놓고 있는 모습이다. 우리은행은 최근 12연패에 빠졌다. 1승 13패로 승률은 1할도 안 되는 0.071이다. 2007년 성추행으로 구속 기소된 당시 박명수 감독 사건은 재론하고 싶지도 않다. 농구단 창단 50주년이던 2008년을 기점으로 3년 연속 최하위에 그친 데 이어 이번 시즌까지 4년 연속 꼴찌가 유력하다.
온 힘을 모아도 시원찮을 판에 선수단 분위기는 흉흉하다. 김광은 감독(40)은 한 선수에게 손찌검을 했다는 이유로 30일 사퇴했다. 구단은 사의를 밝혔다고 했지만 대외 이미지를 고려한 경질 조치였다. 폭력은 어떤 경우에도 정당화될 수 없다. 연패 스트레스가 컸더라도 주장 선수 머리에 공을 집어던지거나 갑상샘항진증까지 있는 선수의 목을 눌러 상처를 낸 행동은 비난받아 마땅하다.
우리은행은 1년 9개월 동안 단장이 네 번이나 바뀌는가 하면 프런트 직원의 잦은 교체로 구단 운영의 전문성이 떨어졌다. 미래를 내다본 신예 육성을 외치며 사관학교 운운하다가 어느새 성적 부진을 탓하는 등 일관적인 리빌딩 정책도 찾기 힘들었다.
일부 농구인은 우리은행을 ‘워리은행’으로 부른다. 걱정거리(worry)가 쏟아진다는 의미다. 고개가 절로 끄덕여진다.
김종석 기자 kjs0123@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