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터스쿨은 민간 운영주체가 교사 채용과 수업의 자율권을 행사한다는 점에서 우리의 자율형 사립고와 비슷하다. 차터스쿨의 예산은 국고에서 지원되고 성적 제한 없이 추첨으로 학생을 뽑는다. 추첨 때문에 한 아이는 이쪽 학교, 한 아이는 저쪽 학교에 보낸 이곳 학부모들은 “비교가 안 된다”며 차터스쿨에 찬사를 보낸다. 공부를 안 해도 그냥 두는 학교와 열심히 하면 미래가 달라진다는 학교에 다니는 아이는 태도부터 다르다. 학생들의 학력(學力)에 영향을 미치는 것은 부모의 사회경제적 지위나 환경뿐 아니라 학교 및 교사의 열과 성임을 이처럼 잘 보여주는 사례도 드물다.
▷교육과학기술부가 어제 ‘학교 향상도’를 처음 발표했다. 현재의 고2 학생이 중3 때 본 학업성취도 평가 성적을 추적해서 어떤 고교가 얼마나 잘 가르쳐 성적을 끌어올렸는지 분석했다. 좋은 학교로 뽑힌 100대 학교에는 자율형 공립고와 자율형 사립고가 많았다. 미국의 차터스쿨처럼 학교 자율에 맡긴 교육이 학력에 큰 영향을 미친다는 것이 입증된 셈이다. 그러나 일부 교사는 이미 공부 잘하는 아이들을 뽑아 가르친 ‘선발 효과’가 크다며 깎아내리는 눈치다.
김순덕 논설위원 yuri@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