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칠성음료가 대표 음료 5개의 가격을 인하하기로 해 놓고도 욕을 먹고 있다. 실제로는 올려놓고 내린 척했으므로 ‘위장 인상을 했다’는 것이다.
이 회사는 지난달 28일부터 칠성사이다(7%), 펩시콜라(9%), 게토레이(9%), 레쓰비(5%), 칸타타(3.8%) 등 5개 품목의 가격을 내린다고 밝혔다. 하지만 이보다 열흘 앞서서는 이 5개 품목을 포함해 20여 개 품목의 음료 가격을 올렸다. 인상폭은 최고 9%에 달했다.
문제는 가격을 올린 품목이 20여 종인데 원위치로 돌린 품목은 5개뿐이라는 데 있다. 그것도 가격을 올릴 때는 소비자에게 알리지 않고 내릴 때만 보도자료를 배포하며 크게 ‘생색’을 냈다. 가격을 내린다고 밝힌 롯데칠성은 당시 “경기도 어려운데 소비자의 고통을 조금이라도 덜어주자는 차원”이라고 설명했다.
반면 20여 개 품목의 출고가를 올릴 때는 소비자에게는 알리지 않고 유통업체 지역부문장과 10개 지사(점)장에게만 해당 내용을 통보했다. 가격을 내리는 품목은 소수인데 생색은 크게 낸 셈이다.
롯데 측은 “가격을 내린 품목이 가장 잘 팔리는 제품이고 전체 매출액에서 보면 80%의 비중을 차지한다”며 “나머지는 과실음료 등 잘 팔리지 않는 음료니까 사실상 가격을 원위치로 돌려놓은 것이 맞다”고 해명했다. 하지만 소비자 입장에서는 뒤통수를 맞은 듯한 꺼림한 느낌을 지울 수 없다.
식품업계는 요새 가격을 올려야 하는데 올리지 못해 울상이다. 설탕, 캔, 페트병 등 원·부자재 및 포장재 구입가격 상승과 인건비, 유류비 등 판매관리비는 급등했는데 제품 가격은 올리지 못하고 있다. 소비자 물가 잡기에 나선 정부의 눈치를 봐야 하기 때문이다. 우유값이 올랐어도 파리바게뜨, 배스킨라빈스 등 빵 관련 외식업체들 거느린 회사들은 정부 물가안정 정책에 동참하겠다면서 가격 동결 선언을 했을 정도다.
김현지 산업부 기자
하지만 롯데칠성이 좀 더 투명하게 소통했더라면 ‘위장 인상을 했다’느니 ‘뒤통수를 쳤다’ 등의 욕은 덜 먹지 않았을까. 눈치작전을 펴다가 들통 나 욕먹는 롯데칠성의 사례가 다른 식품업계에 반면교사가 되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김현지 산업부 기자 nuk@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