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글-산수 교육으로 계몽… ‘문화독립운동’에 기여 인정
문맹 퇴치의 열정은 암흑 같은 일제강점기에도 꿋꿋이 타올라 우리의 민족정신을 일깨웠다. 홀소리와 닿소리, 음절연습을 실은 ‘한글공부’(1933년 7월). 작은 사진은 기초 산수법을 실은 ‘일용계수법’(왼쪽)과 새로운 철자법을 소개한 ‘신철자편람’. 전영한 기자 scoopjyh@donga.com
동아일보는 1928년 ‘글장님 없애기 운동’(문맹퇴치운동)부터 시작해 1931∼1934년 브나로드 운동을 대대적으로 펼쳤다. 브나로드 운동이란 19세기 러시아 지식인들의 농민 계몽운동을 가리키는 말로, ‘농민 속으로’라는 뜻이다.
동아일보는 1931년 7월 16일 ‘제1회 학생 하기(夏期) 브나로드 운동-남녀학생 총동원, 휴가는 봉사적으로’라는 기사를 통해 브나로드 운동의 깃발을 올렸다. 운동의 핵심은 문맹퇴치와 한글 보급이었다. 1931년 첫해엔 62일 동안 학생계몽대 423명이 127곳을 돌며 한글 강습과 학술 강연 등을 펼쳤다. 일제의 탄압으로 1935년 이 운동이 중단되기까지 동아일보는 ‘한글공부’ ‘신철자편람’ 등의 교재를 독자들에게 제공했다. 동아일보가 배부한 한글 교재는 모두 210만 부에 달했다.
‘귀 잇고도 못 들으면 귀먹어리요/ 입 가지고 말 못하면 벙어리라지/…/ 낫 놓고 기윽(기역)자를 누가 모르리/ 창앳등 니은은 절로 알리라/…/ 하루 한 자 이틀 두 자 새새 틈틈이/ 이러구로 이켜가면 내중(나중) 다 알리.’
이 책은 조선어학회의 회원이자 한글맞춤법통일안을 만들기 위한 위원이었던 이윤재가 편찬했다. 문화재청은 “매우 과학적인 방법으로 만들어졌으며 그해 10월에 나온 ‘한글맞춤법통일안’과 거의 같은 내용이어서 한글 보급운동에 큰 영향을 끼쳤을 것으로 보인다”고 평가했다.
‘한글공부’보다 3개월 앞서 나온 ‘신철자편람’은 신철자법과 구철자법을 비교해 그 차이점을 일목요연하게 제시했다. 이 책 역시 ‘한글맞춤법통일안’과 몇 가지를 제외하고는 거의 동일하다. 문화재청은 이 책도 이윤재가 편찬했을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보았다. ‘한글공부’와 ‘신철자편람’은 동아일보가 조선어학회와 긴밀히 연락하면서 면밀한 검토를 거쳐 문자보급운동을 전개했다는 점을 증명하는 자료다.
‘일용계수법’은 문자보급운동의 하나로 한글 보급운동과 함께 펼쳐진 산수 계몽운동에 쓰인 교재다. 이 책을 쓴 백남규(1884∼1970)는 조선 말기의 의병이다. 이 책에는 수를 쓰는 법, 가감승제법 등을 소개했다. 첫 머리에는 ‘수 노래’(한들 시·박경호 곡)를 실었다. ‘1 2 3 4 5 6 7 8 9 0의 수자/ 이것들로 모든 것을 셀 수 잇다네/ 아- 이것을 알아야 한단다!’
이 외에 동아일보 신문박물관이 소장하고 있는, 조선일보 발간 ‘문자보급교재’(1934년 6월)를 비롯해 조선일보가 펴낸 ‘한글원번’(1929년) ‘한글원본’(1930년 11월·초판 2쇄) ‘문자보급교재’(1936년 12월)도 함께 문화재로 등록됐다.
조이영 기자 lych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