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재명 사회부 기자
뜻밖의 말이다. 결점은 감추고 장점은 최대한 부각시키는 공무원 특유의 화법이 아니었다. 1일 고용노동부가 올해 실업급여를 받아가는 사람 수가 2010년과 비교했을 때 11개월 연속 줄어들었다는 고무적인 내용을 담은 보도 자료를 배포한 후이기에 더욱 의아했다.
이 자료에 따르면 올해 구직급여를 받겠다고 새로 신청한 사람 수가 11월까지 6개월 연속 줄었다. 구직급여를 받아간 사람도 1월부터 11개월 연속 감소해 29만6000명까지 줄었다. 구직급여 수령자가 줄어든 것은 실업자 수가 줄었다는 의미다.
자신들이 발표한 통계를 공무원들이 비판하고 나선 것은 ‘박재완 효과’가 어느 정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박재완 기획재정부 장관은 지난달 9일 “취업자 증가 숫자가 50만 명을 돌파했는데 신세대 용어로 ‘고용 대박’인 셈”이라고 말했다가 여론의 뭇매를 맞았다.
숫자에 연연하지 말라는 이채필 고용부 장관의 방침도 공무원의 비판에 일조했다. 이 장관은 최근 “숫자 지표는 개선되고 있지만 일자리 현장의 체감 온도는 아직도 낮다”며 “숫자에 속지 말라”는 말을 자주 한다. 스스로 작명한 ‘희망 일터 만들기’를 통해 현장도 찾고 있다. 수장이 숫자에 비판적이면 아랫사람들도 따라갈 수밖에 없다.
실제 구직급여 수령자 감소의 진실은 뭘까. 민간 전문가들은 ‘일시적 반등’이라고 봤다. 2009년 금융위기로 국내 구직급여 신청자는 그해에만 30% 늘었다. 2년 동안 폭증한 실업자 수가 올해 그 반등으로 줄어든 것이 이번 실업자 감소의 진실이라는 분석이다. 일단 숫자를 버리고 현장에 맞춰 생각하니 공무원의 눈높이가 국민 눈높이에 비슷해진 사례로 볼 수 있다. 그렇게 하는 게 맞다. 고용만큼 숫자와 현장이 엇나가는 분야도 드물다. 다음에 공직자들이 ‘고용 대박’을 말할 때는 사무실이 아닌 현장에서 외치기를 기대해 본다.
박재명 사회부 기자 jmpark@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