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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2/식품 호기심 천국]맛난 묵은지 담그려면 소금은 더, 양념은 조금

입력 | 2011-12-03 03:00:00


동아일보DB

최근 몇 년 사이 묵은지가 대중적으로 널리 사랑받는 음식이 됐다. 묵은지는 원래 오래 묵힌 김장김치, 보통 해를 넘긴 뒤 꺼내 먹는 김치를 말한다. 요즘엔 김치찌개는 물론이고 고등어찜, 감자탕, 삼겹살 등 여러 음식에 묵은지를 넣거나 곁들여 먹는다. 묵은지의 새콤한 맛을 생각하면 나도 모르게 입 안에 군침이 돈다. 이렇게 좋은 묵은지를 맛있게 먹는 비법은 없을까.

묵은지는 담글 때부터 일반 김치와 다르게 해야 한다. 냉장고 한구석에 잘 뒀다 1년 뒤 꺼내 먹어도 맛있는 묵은지를 먹기 위해선 배추를 절일 때 일반 김장김치보다 소금을 좀 더 넣는 게 비결이다. 소금 양이 많아지면 배추가 쉽게 물러지지 않고, 아삭한 질감을 갖게 된다. 여기서 꼭 짚고 넘어가야 할 것은 묵은지와 신 김치가 결코 같은 음식이 아니라는 점이다. 일반 김치를 담근 뒤 무턱대고 오래 두면 그냥 신 김치가 되는데, 배추가 물러지거나 아주 시게 되며 군내가 나 먹기가 곤란해진다.

반면에 묵은지에는 고춧가루, 젓갈, 액젓 등 양념을 일반 김치를 담글 때보다 적게 넣는 게 좋다. 오래 숙성할 묵은지일수록 양념을 줄여야 한다. 양념을 많이 넣으면 맛이 텁텁해지고, 심하면 배추가 물러질 가능성이 크다. 특히 묵은지의 시원한 맛을 내기 위해서는 젓갈류를 아예 넣지 않아야 한다. 요즘처럼 양념값이 비쌀 때는 묵은지가 제격이 아닐까.

묵은지용 배추김치를 담근 뒤엔 공기가 들어가지 않게 저장용기를 잘 밀봉해야 한다. 공기가 닿으면 발효가 제대로 되지 않기 때문이다. 집에서 묵은지용 김치를 냉장고에 넣는다면 김치 통에 가득 넣지 않고 80%가량만 채우는 게 좋다. 김치가 발효, 숙성되면서 김치 국물이 넘칠 수 있어서다.

묵은지의 숙성온도 역시 중요하다. 묵은지는 0∼4도에서 보관하는 게 좋다고 하나 집에서는 정확히 관리하기 힘든 게 사실. 섬세하게 온도를 체크하기 힘들다면 냉장고 안쪽 깊숙이 가장 차가운 곳에 두는 게 손쉬운 방법이다. 1년 넘게 꺼내지 않을 터라 안쪽에 두면 편한 까닭도 있다. 그렇지만 지나치게 온도가 낮은 냉동 장소는 피해야 한다. 채소가 얼어버릴 수 있다. 묵은지는 잘 밀봉한 상태에서 1년에서 길게는 3년에 걸쳐 서서히 숙성시켜야 한다. 물론 발효 상태가 궁금하다고 자주 열어보는 것은 금물이다.

참고로 묵은지를 만들기에는 가을배추보단 겨울을 난 월동배추가 더 적합하다. 따라서 김장철을 놓친 사람들도 묵은지 전용 김장을 할 기회는 얼마든지 있다.

농촌진흥청 자료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김치 종류는 무려 300가지가 넘는다고 한다. 맛도 좋고 비용도 절감할 수 있는 묵은지를 담그면서 좀 더 다양한 김치의 세계에 빠져보면 어떨까.

오원택 푸드원텍 대표이사(식품기술사·공학박사) foodinfo@daum.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