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깃집 주인 김모 씨(48)는 출근길 가게 문을 열자마자 뒷걸음질 쳤다. 전날 가게 내부를 깨끗이 치우고 퇴근한 기억이 분명했지만 먹다 남은 삼겹살과 김치, 젓가락, 맥주병이 테이블 위에 나뒹굴고 있었던 것이다. 돈 3만 원도 사라진 상태였다.
분식집 주인 A 씨도 가게 문을 열었다가 누군가 라면을 끓여 먹고 국물만 남긴 냄비를 발견했다. 부엌 찬장에 있던 라면 서너 개와 돈 5만 원도 함께 사라졌다. 8월부터 지난달 29일까지 서울 종로구 일대에서 이런 일을 당한 식당은 12곳이나 됐다. 피해 식당 주방에 있던 환풍기는 모두 뜯겨 있었다.
범인은 절도죄로 교도소에서 복역하다 8월 출소한 김모 씨(31)였다. 고아인 그는 출소한 뒤 찜질방을 전전하며 밥 먹을 돈도 없이 생활하다 자신만의 생존법을 찾았다. 새벽에 환풍기를 뜯고 식당에 들어가 주린 배도 채우고 찜질방비도 마련하는 ‘일석이조’의 방법이었다.
김 씨는 경찰 조사에서 “출소 이후 넉 달 동안 밥 먹을 돈도, 잘 곳도 없어 너무 힘들었다”며 “다시 교도소에 가게 돼 오히려 다행”이라고 말했다.
손효주 기자 hjso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