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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하! 경제뉴스]가계빚 깎아주거나 이자 낮춰주는 제도 있나요

입력 | 2011-12-05 03:00:00


Q. 최근 가계부채 문제가 심각해지고 있다는 신문기사를 자주 읽게 됩니다. 제 주변에도 가계 빚 때문에 고생하는 이가 부쩍 늘었는데요. 어려운 사람들을 위해 빚을 깎아주거나 이자를 낮춰주는 제도가 있는지요? 구체적인 혜택도 궁금합니다.
A. 빚에 허덕이는 서민을 지원하는 기관은 여러 곳이 있습니다. 하지만 기관별로 신청할 수 있는 자격 기준이나 도움을 받을 수 있는 내용에 차이가 있습니다. 따라서 우선 자신의 채무 상황을 제대로 알아두어야 합니다. 가장 먼저 확인해야 하는 것은 이자나 원금을 갚지 못해 연체가 시작됐는지, 또 연체가 얼마나 계속됐는지입니다.

만약 결제일로부터 한 달 넘게 돈을 갚지 못했다면 일단 신용회복위원회를 찾아가 도움을 받을 수 있습니다. 일반적으로 3개월 이상 연체가 이어지면 은행연합회에서 모으는 개인 금융자료에 금융채무불이행자(옛 신용불량자)로 등록됩니다. 이를 기준으로 신복위의 채무조정 프로그램도 프리워크아웃(사전채무조정)과 개인워크아웃으로 나뉩니다.

프리워크아웃은 채무불이행 기간이 30일 초과 90일 미만의 채무자 중 2개 이상의 금융회사에서 5억 원 이하의 빚을 지고 있을 때 해당됩니다. 프리워크아웃은 아직 돈을 갚지 않은 기간이 3개월을 넘지 않았기 때문에 채무불이행자로 등록되지는 않습니다. 따라서 금융기관에 기록이 남지 않을뿐더러 각종 금융거래에서 불이익을 받지 않는 장점이 있습니다.

단, 무작정 돈을 빌려다 쓰고 바로 신복위에 도움을 청하는 도덕적 해이를 막기 위해 몇 가지 조건이 더 있죠. 신청 시점으로부터 6개월 이내 새로 발생한 빚이 전체 채무액의 30%를 넘지 않아야 하며 소득의 30%는 빚을 갚는 데 써야 합니다. 또 재산이 6억 원 미만이어야 합니다. 만약 예·적금, 보험 등의 개인 재산을 숨겼다가 나중에 발각되면 더는 채무조정을 받을 수 없다는 점을 유의해야 합니다. 프리워크아웃을 신청하면 무담보채권은 10년, 담보채권은 20년까지 빚을 갚아야 하는 기간을 늘릴 수 있습니다. 원금을 깎아주지는 않지만 연체이자는 없애주고 기존 약정이자율을 70% 수준으로 낮춰줍니다. 실직이나 폐업 등으로 연체가 시작됐다면 길게는 1년까지 빚을 갚지 않아도 되는 기간을 정해줍니다.

이미 연체가 3개월을 넘었다면 개인워크아웃에 해당됩니다. 이 경우 채무자가 최저생활비 이상의 일정한 소득이 있거나 가족들이 빚을 갚는 데 도움을 줄 수 있어야 합니다. 개인워크아웃이 결정되면 더는 금융회사로부터 빚 독촉을 받지 않습니다. 또 이자와 연체이자 금액은 전액 깎아주고 원금도 해당 금융회사에서 이미 손실 처리했으면 최대 50%까지 감면해줍니다. 단, 신복위와 협약한 금융회사의 채무만 조정받을 수 있어 다른 미등록 업체로부터 돈을 빌렸거나 사채를 썼다면 도움을 받을 수 없죠.

법원에 개인 파산을 신청해 빚을 한 번에 탕감할 수도 있지만 신분상 불이익이 뒤따르게 됩니다. 개인워크아웃 확정 이후 2년이 지나면 아직 돈을 다 갚지 않았더라도 신용불량 기록이 사라져 일부 금융거래를 할 수 있지만 개인 파산은 면책 결정이 나더라도 5년간 ‘파산자’라는 꼬리표가 따라다니게 됩니다.

아직 연체를 하지는 않았지만 고금리 부담이 힘들다면 한국자산관리공사(캠코)를 찾아가는 게 좋습니다. 캠코는 2008년부터 바꿔드림론(옛 전환대출)을 통해 신용도가 낮아 고금리를 이용해야 했던 채무자들에게 평균 11%대의 저금리로 갈아탈 수 있도록 돕고 있습니다. 신용등급이 6∼10등급이면서 연소득 4000만 원 이하인 사람 중에 연 20% 이상의 금리로 대출을 받아 6개월 이상 연체 없이 갚고 있다면 신청할 수 있습니다. 1인당 최대 3000만 원까지 기존 대출을 갚아주는 대신 시중은행에서 8.5∼12.5% 대출을 받게 해줍니다. 갈아탄 대출금액은 최장 5년 동안 총 원금과 이자를 합한 금액을 대출 기간으로 나눈 만큼 매월 갚으면 됩니다.

금융기관들이 공동 출자해 만든 한국이지론 역시 전환대출 상품인 ‘환승론’을 취급하고 있습니다. 등록된 대부업체나 기타 2금융권에서 연 39% 이상의 고금리 대출을 받았다면 신용등급과 관계없이 낮은 금리로 갈아탈 수 있습니다. 상담을 통해 기존 대출보다는 저렴한 연 20%대 금리의 저축은행이나 캐피털 대출을 받을 수 있습니다.

김철중 기자 tnf@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