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조수진 정치부 기자
박 의장 측 관계자는 “애초부터 검찰이 서둘러 수사를 했으면 될 일이었다”며 검찰을 원망한 뒤 “시민단체 고발(11월 24일)도 이뤄져 수사 요건이 갖춰진 만큼 검찰 수사를 지켜보자”고 말했다. 그는 “김 의원에 대한 추가 고소가 과연 무슨 실효가 있는지 의문스럽다”고도 했다.
박 의장의 이 같은 태도는 국회의 수장(首長)이자 질서유지 책임자로서의 역할을 스스로 저버리는 것이다. 국회 본회의장에서 최루탄을 터뜨린 행위는 대의민주주의를 유린한 폭거로 명백한 범죄다. 김 의원이 최루탄 테러 전 보좌관들에게 “감옥에 갈지도 모른다”고 말한 것도 이를 분명히 인식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박 의장은 대한민국의 국격(國格)을 추락시킨 전대미문의 사건에 오불관언(吾不關焉)의 태도로 일관하고 있다. 국회 내부에서 일어난 일의 처리를 검찰과 시민단체에 미루는 것은 그러잖아도 국민의 지탄을 받아 온 국회의 권위를 더욱 추락시킬 뿐이다.
박 의장의 ‘관용’ 덕에 김 의원은 ‘이토 히로부미를 저격한 안중근 의사의 심경’을 운운하며 의인인 양 활보하고 있다. 청와대 앞에서 1인시위를 벌이고 반(反)FTA 집회 때마다 특별출연해 법과 의회민주주의를 조롱하고 있다. ‘부상(副賞)’으로 민노당 원내부대표로 선출되기도 했다. 박 의장은 ‘좋은 게 좋은 거 아니냐’는 생각인지 모르지만 결국엔 국회의 오욕을 제 손으로 처리하지 못한 책임자로 남게 될 것 같다. 그가 ‘법’과 ‘원칙’을 강조하는 검사 출신으로 법무부 장관까지 지낸 게 과연 맞나 싶다.
조수진 정치부 기자 jin0619@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