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체장들 잇단 총선 출마설, 사퇴시한 13일 앞두고 술렁
지자체 직원들 “일손 안잡혀”…“입장 안밝혀 더 혼란” 지적도
최근 열린 대구지역 여성체육행사에서 A 구청장이 참가자들과 악수를 하고 있다. 내년 총선을 겨냥해 공식 행사를 늘린다는 소문이 돌고 있다. 장영훈 기자 jang@donga.com
요즘 동구의 큰 관심사는 이재만 동구청장의 출마 여부다. 간부들은 해야 할 사업들이 쌓여 있지만 상황이 어떻게 돌아갈지에만 신경을 곤두세우는 경우가 허다하다. 한 간부는 “박원순 서울시장이 취임한 후 오세훈 전 시장이 추진했던 사업들이 줄줄이 백지화되는 것처럼 신임 청장이 오면 지금의 핵심 사업도 헌신짝 취급을 받지 않겠느냐”며 “현 청장이 출마와 관련해 어떤 행동을 할지 주시하고 있다”고 말했다.
10·26 보궐선거를 치른 서구는 실제 비슷한 상황이 벌어졌다. 총선 출마를 위해 서중현 전 서구청장이 물러나면서 공약사업 대부분이 관심 밖으로 밀려났다. 특히 지역에서 처음으로 신설했다고 떠들썩했던 자전거 전담부서는 지금 페달을 밟을 힘을 잃었다. 한 간부는 “신임 강성호 청장이 취임한 이후 자전거 관련 중장기 계획은 대부분 중단됐다”고 했다.
대구 경북 일부 지자체가 단체장들의 총선 출마설로 술렁이고 있다. 총선 출마를 위한 단체장 사퇴 시한(13일)이 다가오면서 이 같은 분위기는 더욱 높아진다. 신현국 경북 문경시장은 출마를 공식화했다. 이재만 대구 동구청장, 이종화 북구청장, 곽대훈 달서구청장은 출마설이 끊이지 않고 있다. 이 단체장들은 총선을 겨냥해 출마 예상 선거구에 공식 행사를 집중시킨다는 말이 나올 정도다. 북구에서는 3선인 이 구청장의 총선 출마가 임박했다는 소문으로 구청장 후보 10여 명이 거론되고 있다.
문제는 현 구청장 출마에 따라 추진 중인 상당수 사업들이 중단되거나 방향을 돌릴 가능성 때문에 직원들이 갈팡질팡하며 눈치만 본다는 것이다. 새 단체장이 결정될 때까지 목표를 잃은 채 행정 공백 사태가 예상되기 때문이다. 보궐선거에 따른 선거비용도 주민들의 세금으로 충당해야 한다. 10·26 서구청장 보궐선거에 사용된 세금은 11억 원가량이었다.
상황이 이렇지만 출마설이 나오는 단체장들은 입장을 분명히 하지 않아 혼란을 부추긴다는 지적이 많다. 대구 경북 지역 민심이 한나라당에 그다지 우호적이지 않다고 보고 “내년 총선은 해볼 만하다”는 판단과 함께 단체장 무소속 연대 이야기도 무성하다. 김태일 영남대 교수(정치외교학과)는 “단체장이 총선 출마를 위해 임기를 다 채우지 않고 사퇴하는 것은 유권자와의 약속을 저버리는 무책임한 행동”이라며 “지역 민심 갈등과 정치적 마찰을 유발한 책임을 지도록 유권자들의 냉정한 판단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장영훈 기자 jang@donga.com
노인호 기자 inh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