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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의 눈/와엘 고님]이집트 미래, 이래서 낙관한다

입력 | 2011-12-06 03:00:00


와엘 고님 구글 중동아프리카지역 마케팅담당 이사

사람들이 내게 말한다. “이집트가 어디로 가고 있나. 우리는 혁명을 도둑맞았다. 혁명을 잃었다. 우린 속았다. 과거의 역사가 되풀이되고 있다.”

이집트는 얼마 전 총선을 치렀지만 우리 주위엔 온통 비관적인 일들뿐이다. 군부의 권력이양은 언제 될지 모르고, 선거 이후 정국도 불안하다. 차기 정부가 어떻게 구성될지 모르는 채 몇 달이 지났다. 군부는 청년들의 말을 귀담아듣지 않았고 오히려 청년들을 체포, 감금했다. 미래에 대한 별다른 로드맵도 없이 시간만 지나면서 젊은이들의 좌절감만 커졌다.

하지만 나는 지금 변화의 물결에 참여하고 있는 어느 누구도 결코 비관론자가 되지 않을 것으로 믿는다. 이는 이집트의 미래를 내가 낙관하는 이유다. 혁명은 그냥 한 과정일 뿐이다. 불과 몇 개월이 지났다고 성공과 실패를 예단하긴 이르다.

지금 이집트인들이 바라는 것은 여러 가지다. 우리는 군부가 완벽한 권력 이양을 위한 일정을 하루빨리 수립하길 바란다. 인권에 입각한 치안 시스템, 부패를 엄격히 다스릴 수 있는 권위 있는 정부도 나와야 한다. 군부는 청년들과의 대화를 재개하고 미디어를 통해 투명성도 확립해야 한다.

우리 부모세대들은 자신들의 목소리를 낼 기회가 전혀 없는 부패한 독재 권력 밑에서 살았다. 그들은 “남의 일에 참견하지 말라” “두려워하는 자가 평화를 얻는다”와 같은 속담을 암송하며 지냈다. 이런 억압의 정서가 순식간에 변하리라고 생각지는 않는다. 그래도 나는 이집트의 미래를 다음과 같은 이유에서 낙관한다.

첫째, 청년층을 비롯한 이집트 사회의 많은 구성원이 몇 달 전만 해도 엄두도 못 냈을 만한 각종 이슈에 관해 두려움을 극복하고 자기 목소리를 내기 시작했다. 만약 이런 구성원이 100만 명만 되어도 권력층에 큰 영향력을 발휘할 수 있다.

둘째, 미디어의 발전이다. 과거엔 권력이 언론을 장악하고 있어 혁명이 실패할 가능성이 컸다. 하지만 지금은 1500만 명이 인터넷을 이용할 수 있고 정권의 눈가림에 저항할 수 있다. 특히 젊은 사람들은 자기 생각을 담은 동영상이나 노래를 제작, 공유하는 것도 가능해졌다.

셋째, 사회 전반의 문제를 고민하는 시민사회 세력이 등장했다. 예전에는 시민 세력이라고 하면 빈곤층에 대한 인도적 자원봉사를 하는 단체들이 고작이었다. 이들은 일자리 등 피부에 와 닿는 실생활 문제의 해결책을 제시하는 데는 역부족이었다. 하지만 이젠 노조나 농민단체 등을 비롯해 권력에 큰 영향력을 행사하는 조직들이 형성됐다.

넷째, 이집트는 젊은 나라다. 국민의 절반이 25세 이하의 젊은층이다. 정보기술에 밝고 두려움이 없는 이들은 저항의식을 앞세워 이집트의 차기 혁명을 주도할 수 있다. 또 교육수준도 높고 경제력도 있어 국가 부흥에 안정적으로 기여할 것이다.

마지막으로 청년층의 정치참여가 활발하다. 이들은 정당을 조직, 가입하거나 후보로 출마하면서 미래의 이집트를 이끌어가기 위한 충분한 경험을 쌓고 있다.

우리의 용기 있는 국민은 장갑차와 총칼에 맞서 권력을 굴복시켰다. 이집트는 국민의 선거권을 위해 힘써 줄 법률가가 있고 군부에 맞서 용감하게 시위에 참가할 수 있는 10대들도 있다. 또 이집트엔 3월의 헌법 개정을 위한 국민투표에 참여한 1800만 명의 국민이 있다. 이 모두가 내가 이집트의 미래를 낙관하는 이유다.

하지만 이런 낙관주의는 우리의 행동을 통해 현실화될 것이다. 단지 시위에 참여하는 것을 넘어 지금의 분노와 두려움을 진정한 행동으로 승화시킬 때 우리의 혁명은 성공할 것이다. 국민이여, 미래를 긍정하자. 우리는 새 역사를 쓰고 있다.
*와엘 고님이 본사와 특약관계인 뉴욕타임스에 기고한 글.

와엘 고님 구글 중동아프리카지역 마케팅담당 이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