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선 대통령을 지낸 뒤 2008년 5월 정치 문하생 드미트리 메드베데프에게 권력을 넘겼던 푸틴이 내년 3월 치르는 대선에 다시 도전하겠다고 선언한 것이 올 9월. 헌법상의 3연임 금지 규정을 피해 4년 동안 총리를 한 뒤 또 대통령을 하겠다는 발상은 과감하고 기발했다. 집권 통합러시아당 대선후보로 공식 추대된 푸틴은 지난달 격투기 영웅 표도르가 미국 선수를 때려눕힌 뒤 축하연설을 하기 위해 링에 올랐다가 관중의 야유를 받았다. 푸틴에 대한 반감이 공개석상에서 드러난 건 처음이었다. 장기집권의 피로감에다 독재에 가까운 강력한 통치에 대한 거부감이 겹쳤다.
▷내년 대선의 전초전인 러시아 두마(하원) 의원 총선에서 통합러시아당이 77석을 잃었다. 450석 중 238석을 차지해 과반을 유지했으니 참패라고 하기도 좀 애매한 상황이지만 분명한 것은 민심이 푸틴과 집권당에서 등을 돌리고 있다는 점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푸틴당을 대체할 수권세력이 부각되지 못하고 있다. ‘러시아식 민주주의’의 한계다. 경쟁자가 없는 상황이라 푸틴이 재집권할 수밖에 없다는 전망이 대세를 이룬다.
하태원 논설위원 triplets@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