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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횡설수설/김순덕]부자나라들의 빈부격차

입력 | 2011-12-07 19:55:00


우리나라에서 ‘양극화’가 정치 이슈로 떠오른 때는 2005년이었다. 당시 노무현 대통령은 신년연설에서 “한국 경제의 문제점이 양극화”라며 해결방안으로 ‘동반성장’을 제시했다. 그러나 세계적인 호황기였음에도 우리는 과거사 청산 같은 ‘개혁 과제’에 매달리느라 경제성장은 세계 평균성장률을 밑돌았다. 이듬해 노 대통령은 또 “우리 사회 최대의 장애가 양극화”라고 일갈했다. 가진 자와 못 가진 자로 나눠 선거를 치르려는 정치공학이라는 비판이 쏟아졌다.

▷우리는 한국을 세계 최악(最惡)의 양극화 국가로 알고 살았다. 이명박 정부가 들어서자 야권은 “부자 내각, 부자 감세로 빈부격차가 커졌다”고 공격했다. 정부는 동반성장 반값아파트 반값등록금 무상보육 같은 민주노동당 뺨치는 복지정책을 쏟아냈다. 지난해 나는 우리의 양극화가 극심한 게 아니라는 의미로 ‘한국의 지니계수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과 일치하는 0.31(17위)’이라고 썼다가, 경쟁지로부터 “이런 분위기에서 유식한 척 지니계수를 들먹이는 건 미련하고 눈치 없는 짓”이란 소리를 들었다.

▷부자 나라들의 클럽으로 꼽히는 OECD가 “지난 30년간 OECD 내의 모든 국가의 빈부차가 심해졌다”고 발표했다. 2008년 기준으로 34개 회원국 평균 상위 10%의 소득이 하위 10%의 9배다. 우리나라는 일본 이탈리아와 함께 10 대 1 격차로 평균치에 근접해 있다. 평등국가로 이름난 독일과 덴마크 스웨덴은 6 대 1이다. 미국과 이스라엘의 양극화는 우리보다 훨씬 심해 14 대 1의 격차를 보였다. 칠레와 멕시코는 25 대 1, 브라질 같은 신흥국가는 50 대 1로 어마어마하다.

▷행복해지려면 ‘아래’와 비교하고, 좀 더 나아지려면 ‘위’와 비교하라고 했다. 모두가 평등해서 한 치 격차도 없는 사회라면 행복하지도, 발전하지도 못하는 삶을 살지 모른다. 어떻게 태어나는지는 각자의 운이지만 노력과 능력에 따라 계층이동을 할 수 있기만 하면 공정한 사회다. OECD는 취약계층 사람들이 테크놀로지의 발달에 따른 숙련기술을 익힐 수 있도록 정부가 교육과 훈련 기회를 주는 것이 중요하다고 했다. 고소득자가 세금을 더 내도 질 높은 교육훈련 없이는 밑 빠진 독에 물붓기일 수 있다.

김순덕 논설위원 yuri@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