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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문과 놀자!]3월의 부산 폭설… 유기견 애틋 사연… 교과서엔 없지요?

입력 | 2011-12-08 03:00:00


■ 우리학교 NIE 비법

창의·인성교육과 창의적 체험활동, 대입을 위한 논술·면접지도….

최근 많은 학교가 이런 영역에 관심을 보이고 있다. 그러나 어떻게 해야 할지 방법을 몰라 막막할 따름이다. 부산 용수초등학교와 서울 백운중학교, 인천 하늘고등학교는 그 해법을 신문에서 찾아냈다. 이들 학교는 신문활용교육(NIE)으로 교과서를 넘어서는 교육을 선보이고 있다. 10~11일 한국언론진흥재단이 여는 ‘제3회 미디어교육 전국대회’에서 소개될 이들 학교의 NIE 방법을 소개한다.
● 부산 용수초

부산 용수초 4학년 사회과목의 ‘지역과 기후’ 단원 수업시간. 아이들은 ‘봄의 길목 3월, 눈과 비 왜 자주 내릴까?’라는 신문기사를 읽고 있다. 신동현 교사가 물었다.

“왜 3월 따뜻한 남쪽 부산에서 폭설이 내렸을까.” 꼼꼼히 기사를 읽은 박채은 양이 답했다.

부산 용수초 학생이 기후 변화를 주제로 한 신문 스크랩. 신동현 교사 제공

“한반도에 고온 다습한 수증기가 많이 유입돼 있는 상황에서 북서쪽에서 찬 공기가 들어와 대기가 불안정해졌기 때문입니다.”

신문기사를 통해 기후현상의 원인까지 공부하는 것이다. 사회와 과학이 융합되는 수업이 탄생한 셈. 조사와 토론까지 끝내고 나면 창의력도 부쩍 높아지는 효과가 생긴다. 이어 신 교사가 과제를 냈다.

“지난 100년간 부산이 평균기온이 오르고 강수량이 늘어나는 기후변화에 어떤 대책을 마련해야 할지를 조사해 봐라.”

학생들은 신문과 인터넷 검색을 통해 정부 환경부 부산시의 대책을 스스로 조사했다. 이어진 토론에서 한 학생은 자동차를 자전거로, 에어컨을 선풍기로 대체하는 녹색환경운동을 실천하고 부산시도 자동차요일제를 강화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전기와 유류 소비를 줄이는 게 기상이변을 막는 길이라는 ‘진리’를 학생 스스로 깨닫고 찾아낸 것이다.

이처럼 용수초 NIE의 목표는 ‘창의·인성교육’이다. 신문을 통해 질문하기-읽고 말하기-조사하기-토론하기의 4단계 과정을 거치면서 사고력과 문제해결력을 한꺼번에 키운다. 그 과정에서 ‘가장 인간적인’ 해법도 찾는다.

신 교사는 “교과서에서 배운 지식을 ‘살아있는 교과서’ 신문에 적용하면 창의·인성교육 효과를 동시에 노릴 수 있다”고 말했다.

여지수 양은 “NIE 수업을 들으면서 관심 있는 분야의 신문기사를 찾는 습관이 생겼고 다양한 사회 문제에 내 생각을 표현할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 서울 백운중

서울 백운중 학생들이 만든 학교 신문. 정준희 교사 제공

스티브 잡스와 박완서의 전기문 쓰기, 간송미술관과 교보문고 알차게 둘러보기, 자기 진로 그려보기….

서울 백운중 학생들이 신문을 활용해 내놓은 ‘작품’들이다. 10월 스티브 잡스가 세상을 떠나자 1학년 김경아 양은 신문에서 손을 흔드는 잡스의 사진을 애플사의 상징인 사과 모양으로 오려 표지에 붙이고 뒤표지에는 잡스의 연보를 썼다. 안쪽에는 ‘어린시절’ ‘20대’ ‘퇴출과 복귀’로 나눠 잡스의 삶을 정리했다. 콘텐츠는 신문기사로 접한 내용을 연령별로 재구성했다. 미니북 전기 제목은 ‘굿바이! 잡스’라고 붙였다.

1월에 박완서 선생이 타계했을 때도 학생들은 부고 기사를 바탕으로 그의 삶을 다시 그려냈다. 박 선생의 연표를 그리거나 ‘자신의 경험을 문학으로 승화한 대표주자’라는 글을 쓴 학생도 있었다.

신문으로 진로도 탐색한다. 신문기사와 사진을 활용해 자신의 앞날을 상상하며 ‘미래일기’를 쓰는 덕분이다. 어떤 학생은 신문에서 석학을 접한 뒤 유명 경제학자의 강의를 듣는 대학생의 모습을 그렸다. 어떤 학생은 신문에서 명소를 본 후 세계 여행가가 된 미래를 담아냈다. 1학년 장기윤 군은 “내 장래 희망이 이뤄졌다고 가정해 미래 일기를 쓰고 나면 꿈을 실현하기 위해 노력해야겠다는 생각도 들었다”고 말했다.

NIE 교육은 바깥 활동으로도 이어진다. 학생들은 5월에 미리 신문으로 미술품을 공부한 뒤 간송미술관을 방문했다. 1학년 장하영 양은 “1층에 신문기사에 나온 작품이 여러 점 전시돼 있어 기사를 곱씹으며 더 잘 감상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정준희 교사는 “학생들이 NIE가 외부활동에 연계된 것을 더 좋아해 내년에는 범위를 더욱 넓힐 생각이다”라고 말했다.

이 같은 활동은 모두 ‘창의적 체험활동’의 영역에 속한다. 결과물은 고입과 대입에서 중요해지고 있는 포트폴리오로 쓸 수도 있다.
● 인천 하늘고

인천 하늘고 학생들이 신문을 보며 기사를 고르고 있다. 조기성 교사 제공

인천 하늘고 1학년 제미성 양은 동아일보 7월 23일자 O2 섹션에 게재된 ‘사람에게 버림받고 사람에게 구원받은 유기견 천상이의 일기’ 기사로 신문일기를 썼다. 대학입시를 위해 신문으로 논술과 면접을 준비하는 하늘고의 비법이다.

제 양은 수의사가 되는 게 꿈이다. 사람의 학대로 상처받은 천상이가 다시 사람의 손길로 상처를 회복하는 과정을 다룬 기사가 유달리 눈에 띄었다.

‘애지중지할 땐 언제고 왜 우릴 쉽게 버리나요?’라는 제목으로 유기견의 처지에서 무책임한 인간의 행동을 비판하는 논제를 잡았다.

“운이 좋으면 새 주인을 만나거나 천상이처럼 보호소에 들어갈 수 있겠지만 대부분의 유기견은 차에 치이거나 안락사 한다. 반려동물을 키우는 사람들은 책임감을 가져야 한다.”

조기성 교사는 “자신의 생각을 토대로 글을 쓰다 보니 학생들이 어렵다고 느끼던 신문을 가까이 하게 된다. 논술을 위한 글쓰기 능력도 자연스럽게 키울 수 있다”고 말했다.

문제의 원인을 찾고 해결책을 제시하는 실제 논술에 가까운 사례도 많다.

1학년 김혜진 양은 ‘22년 경력의 특A급 짝퉁 제작자가 잡혔다’는 기사를 보고 짝퉁이 판치는 우리나라의 근본 문제와 해결책에 대해 썼다. 너도나도 명품을 원하기 때문에 이런 일이 일어난다고 분석한 김 양은 “명품에 대한 인식을 바꾸고 우리나라만의 독창적 브랜드를 키워야 한다”고 결론을 내렸다.

3월 개교한 하늘고는 전교생 190명이 모두 신문을 구독하고 있다. 학생들은 이런 신문일기를 한 주에 두 차례 쓴다.

기사를 스스로 선택해 요약하고, 기사와 관련된 논제를 고른다. 일기의 장점을 살려 신문을 읽고 그와 관련된 자신의 하루에 대해 적기도 한다.

김도형 기자 dod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