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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구 국가대표팀 조광래 감독 해임 ‘후폭풍’

입력 | 2011-12-08 20:08:00


《 대한축구협회는 8일 조광래 대표팀 감독의 해임을 공식 발표했다. 한국은 2014년 브라질 월드컵 아시아지역 3차 예선에서 승점 10(3승 1무 1패)으로 B조 1위를 달리고 있다. 하지만 지난달 15일 레바논과의 방문 경기에서 1-2로 지는 등 경기력이 저하됐고 팀 운영에도 문제가 있다는 게 협회의 경질 이유다. 조 감독은 “기술위원회를 거치지 않은 결정으로 절차상 하자가 있다”고 반발했다. 한국이 레바논에 졌을 때 “감독 바꿔라”고 목소리를 모았던 팬들은 “잘했다”는 반응과 “협회의 무능 행정”이라는 비난으로 나뉘었다. 한배를 탔지만 순항하지 못하고 좌초된 조중연 축구협회 회장과 조 감독의 주장을 들어봤다. 》
▼ “절차 안 밟고… 조기축구회냐” ▼

■ 조광래 감독

조광래 감독

무슨 조기축구회 감독을 해임하는 것도 아니고 이런 방식의 통보는 말이 안 된다. 기술위원회를 통한 공식 결정 없이 황보관 기술위원장이 윗선의 뜻에 따라 일방적으로 해임을 통보하는 것은 절차상으로도 맞지 않다.

7일 오후 황보 위원장이 급하게 연락을 해 만났다. 황보 위원장이 “죄송하지만 어려운 말씀을 드려야겠다. 국가대표 감독직을 그만두는 것으로 이야기가 되고 있다. 부회장단과 의논한 결론이다”라고 말했다. 그래서 “이것이 기술위원회의 최종 결정이냐. 대표팀 감독의 경질을 의논하기 위해 기술위원회가 열린 적이 있느냐”라고 반문했다.

대표팀 감독의 선임과 해임은 기술위원회의 권한이고 결정 사항이다. 내 대표팀 운영 방식이 옳지 않다면 기술위원회를 통해 설명하고 토론하면 된다. 기술위원회가 경기력을 토대로 면밀한 분석과 토의 끝에 어떠한 결정을 내린다면 깨끗하게 수용할 수 있다. 하지만 이런 식은 아니다. 한국 축구의 대계를 위해 반드시 정당한 절차와 과정을 거쳐야 한다.

일하다 보면 이런저런 일이 일어난다. 예선전을 치르다 고비가 왔다. 꼴찌를 하는 것도 아니고 2경기(일본과 친선경기 0-3 패, 레바논)에 졌는데 이런 결정이 내려졌다. 축구협회의 수준이 이것밖에 안 되는 것 같아 실망스럽다. 이번 사안은 나에게만 국한된 일이 아니다. 한국 축구를 위해서 앞으로 어떤 사람이 대표팀을 맡고 떠날 때도 반드시 정당한 과정과 절차를 거쳐야만 한다. 외부요인으로 대표팀 감독이 쉽게 바뀌는 일이 있어서는 안 된다.

내가 축구협회장을 노리는 외부 인사와 가깝다는 이유로 경질했다는 얘기도 들린다. 내가 그 인사와 가까운 것과 경기력에 어떤 관계가 있나. 참 이해가 안 된다.
▼ “회장이 경질 지시할 수 있다” ▼

■ 조중연 회장

조중연 회장

레바논에 패한 뒤 여기저기서 말이 많아 열흘 전쯤 황보관 기술위원장에게 현 체제로 월드컵 본선에 오를 수 있는지 종합적으로 판단해보라고 지시했다. 5일 부회장단에 올린 황보 위원장의 보고는 충격적이었다. 최근 경기력이 떨어진 것과 별도로 코칭스태프 내에서 갈등이 있고 선수들 사이에도 알력이 있다는 내용이었다. 그래서 대표팀 감독 경질을 지시하고 제대로 된 절차를 밟으라고 했다.

축구협회장으로서 한국 축구가 월드컵 본선에 오르지 못할 수도 있다는 위기감에 감독 경질을 지시할 수 있다고 본다. 물론 언론에 먼저 보도돼 급히 발표하면서 제대로 된 절차를 밟지 못한 측면은 있다. 하지만 협회 정관에 따르면 긴급한 상황에선 회장이 감독을 경질하고 이사회의 추인을 받으면 된다. 월드컵 본선 티켓 획득은 조광래 감독의 문제가 아니라 대한민국 축구의 문제다. 당초 9일 기술위원회를 열어 결정을 하려고 했다.

일부에서 축구협회장을 노리는 외부 인사와 조 감독이 가깝다는 이유로 경질했다고 하는데 그랬으면 처음부터 뽑지도 않았다. 이회택 전 기술위원장이 지난해 7월 조 감독을 추천했을 때 축구계의 화합을 위해 흔쾌히 동의했다. 같은 이유로 협회가 조 감독을 차별한다는 주장도 말이 안 된다. 조 감독이 잘돼야 협회도 좋은 것이다. 레바논을 이겼다면 이런 일도 없었을 것이다.

후임 감독은 국내와 외국을 망라해 한국 축구를 빠른 시간에 파악해 경기력을 끌어올릴 인물로 뽑을 것이다. 새로 구성될 기술위원회가 적합한 사람을 결정할 것이다.

중계권을 가진 방송사와 거액을 후원하는 협회 스폰서들이 감독 경질에 압력을 행사했다고 하는데 그쪽에서는 항상 대표팀 경기력을 걱정하는 게 전부다. 직접적인 압력은 없었다.

양종구 기자 yjongk@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