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시 현대증권 회장으로 송금 관여… 검찰, 계좌주인 조사
이 전 회장은 현대상선이 1999년 12월부터 2000년 1월 사이 현대 비자금 핵심 인물인 김영완 씨가 지정한 스위스 계좌로 현대상선 자금 3000만 달러(당시 환율로 약 343억 5000만 원)를 입금하는 데 관여한 인물로 알려져 있다.
대검찰청 중앙수사부(부장 최재경 검사장)는 이날 이 전 회장을 상대로 현대상선이 현대 비자금 사건의 핵심 인물인 김 씨가 지정한 스위스 계좌로 3000만 달러를 보낸 경위를 조사했다. 특히 이 3000만 달러를 받은 사람이 누구인지와 계좌 주인이 누구인지 집중 조사한 것으로 알려졌다.
박 전 장관은 현대 비자금 150억 원을 받은 혐의로 기소됐다가 2006년 대법원에서 무죄 판결을 받았다. 또 권 전 고문은 현대 비자금 200억 원을 받은 혐의로 기소돼 유죄판결을 받았다. 따라서 김 씨가 이번 검찰 수사에서 새로운 진술을 한다고 해도 박 전 장관과 권 전 고문이 기소된 혐의가 변화될 가능성은 없다는 게 법조계의 중론이다. 권 전 고문은 이미 유죄가 확정됐다. 이미 무죄가 확정된 박 전 장관의 경우 새로운 단서가 드러난다고 해도 피고인의 이익에 부합할 때 재심이 받아들여지는 법원의 재심 관행에 비춰볼 때 재심이 수용될 가능성은 매우 낮다.
김 씨가 검찰 조사를 받은 것도 검찰의 의지가 작용한 것은 아니라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김 씨가 오랜 도피생활 끝에 최근 검찰에 조사를 받겠다는 의사를 피력했지만 검찰은 선거 국면을 의식해 오히려 김 씨에 대한 소환 조사를 꺼린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김 씨가 조사받기를 강력히 희망하자 내년 총선이 임박한 봄철보다는 지금 조사를 완결하는 게 정치적 논란이 적겠다고 판단해 지난달 26일 김 씨가 귀국한 직후 소환 조사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따라 대검 중수부의 이번 수사는 새로운 사실이 드러난다고 해도 공소시효가 모두 지난 상황이어서 과거 사건에 대한 역사적 진실을 밝히는 차원의 수사가 될 것이란 전망이 지배적이다.
검찰은 현대상선이 3000만 달러를 스위스 계좌에 송금한 경위 등을 확인하기 위해 조만간 현대상선 박모 전 임원 등 당시 송금에 관여한 인물을 추가로 소환 조사할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