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자에 더 걷어 복지 확대 vs 고소득자 稅부담 커져 불만
‘소득이 있는 곳에 세금 있다’는 원칙은 조세정책 중에서도 가장 중요한 기본 원칙입니다. 중앙정부가 직접 걷어가는 국세(國稅)인 소득세는 개인소득세와 법인에 부과되는 법인소득세로 나뉘는데, 법인소득세는 법인세로 따로 분류하므로 일반적으로 소득세는 개인소득세를 의미합니다.
소득세의 대상이 되는 소득은 근로와 사업, 이자로 벌어들인 소득을 합한 종합소득과 퇴직소득, 양도소득이 있습니다. 최근 정치권이 최고세율 인상을 추진하고 있는 소득세는 종합소득에 부과되는 종합소득세입니다.
가장 기초적인 세금 가운데 하나인 소득세가 이처럼 도입 초기 많은 부침을 겪었던 것은 소득세의 핵심인 ‘공정한 과세’가 생각보다 쉽지 않기 때문입니다. 소득에 따라 세율을 달리해야 한다는 원칙에도 불구하고 부자들에게 얼마나 높은 세율을 적용해야 할지를 정하는 일은 생각보다 쉽지 않습니다. 더욱이 정부가 모든 국민의 소득을 세세히 알기 어려워 소득에 따라 공정하게 세금을 부과하는 게 어렵다 보니 세금을 많이 내는 사람들은 ‘부자에 대한 벌칙’이라면서 반발하는 일도 비일비재했습니다.
최근 정치권이 추진하는 종합소득세율 최고세율 인상을 둘러싼 논란도 기본적으로 이 같은 논쟁과 맞닿아 있습니다. 현재 한국의 종합소득세율은 1996년부터 4개 구간으로 나눠 소득세율을 달리 적용하고 있습니다. 최고 소득세율 구간은 과세표준 8800만 원으로 35%의 세율이 적용됩니다.
정치권에선 정당별로 1억2000만∼2억 원 사이에 소득세율 최고구간을 신설해서 38∼40%의 세율을 매기자는 방안을 들고 나왔습니다. 정치권은 1996년 8000만 원이었던 최고구간 과세표준이 15년간 8800만 원으로 800만 원 오르는 데 그치면서 고소득자들의 세금 부담이 예전보다 낮아졌다고 설명합니다. 15년간 물가는 60% 가까이 오른 데 비해 과세표준은 10% 오르는 데 그쳤기 때문입니다.
경제 규모가 한국보다 크기는 하지만 선진국인 미국과 일본의 소득세 최고세율 과세표준이 각각 37만9150만 달러(약 4억3500만 원) 초과와 1800만 엔(약 2억6600만 원) 초과로 한국보다 5배, 3배 높습니다. 정치권에서는 한국도 최고세율을 신설해 부자들에게 더 걷은 세금으로 저소득층을 위한 복지를 확대해야 한다고 주장합니다.
특히 한국은 미국 일본 등과 달리 소득세를 내지 않는 국민이 많아 소득세 최고세율을 신설하면 고소득자들에게만 세금 부담이 너무 집중된다는 게 정부의 주장입니다. 실제로 지난해를 기준으로 한국의 근로 및 사업소득자 2039만 명 가운데 소득이 적거나 각종 감면제도 덕분에 세금을 내지 않은 사람은 839만 명에 이릅니다. 소득세를 한 푼도 내지 않은 면세자 비율이 41.1%로 미국(30%대), 일본(15%대)에 비해 훨씬 높습니다. 국민 10명 중 4명이 소득세를 내지 않는 상황에서 부자들에게만 소득의 절반을 세금으로 내라고 하면 고소득자들의 불만이 높아질 것이라는 게 정부의 걱정입니다.
소득세 최고세율 신설은 전문가 사이에서도 의견이 크게 엇갈립니다. 일각에서는 소득세 최고세율 신설과는 별개로 소득세의 공정 과세를 위해선 먼저 비과세·감면 혜택을 축소해 소득세 면세자 비율을 줄여야 한다고 주장합니다. 한번 도입된 각종 소득공제 혜택 등이 정해진 시한을 넘겨서도 계속 유지되면서 소득세의 형평성이 낮아지는 만큼 비과세·감면 혜택만 축소해도 소득세 최고세율 신설로 걷는 세금보다 더 많은 세금이 걷힐 수 있다는 설명입니다.
문병기 기자 weappo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