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밤늦게 A에게 휴대전화 문자메시지가 왔다. e메일을 보냈는데 답장을 부탁한다는 내용이었다. A는 “투자분석가인 증권사 애널리스트를 만나고 왔는데, 자신이 직접 인터뷰한 내용을 첨부했으니 조언을 부탁한다”고 했다.
e메일에 첨부한 파일에는 A가 준비한 ‘애널리스트가 하는 일’ ‘애널리스트로서의 보람과 어려운 점’ ‘애널리스트가 되기 위한 구체적인 방법’ 등의 질문에 대한 답변 및 소감이 정리돼 있었다.
A는 올 여름에 진학사 청소년교육연구소가 진행한 진로교육에 참가해 뚜렷한 진로목표와 진학설계를 세우며 예전보다 더 열정적 학습동기를 얻게 된 학생이다. 당시 경제 분야에 관심이 많던 A에게 애널리스트라는 직업을 소개하며 직접 한 번 만나보면 어떻겠느냐는 조언을 했는데, 이를 잊지 않고 직접 만나고 온 것이었다. 나는 기특한 마음에 칭찬과 조언의 답장을 보냈고 다음날 학생에게 전화가 왔다.
현재 A는 외국어고 입학을 앞두고 있다. 뚜렷한 진로목표를 바탕으로 대학진학과 이후의 유학계획 등 꿈을 이루기 위한 밑그림을 그린 것은 물론 어떻게 공부할지까지의 구체적인 계획도 세웠다. A는 목표가 생긴 뒤 더 적극적이고 활기차게 생활하며 부모와의 관계도 더욱 좋아졌다고 한다.
학습동기는 공부를 하면서 생기지 않는다. 구체적 진로목표가 생겨 목표에 대한 뚜렷한 의지와 열정이 생겼을 때 나온다. 따라서 부모가 자신의 소망에 따라 자녀에게 진로나 진학계획을 강요해선 안 된다. 자녀가 좋아하고 잘할 수 있는 분야를 찾도록 도와주고, 그것을 이루기 위한 진심어린 관심과 지지를 보여줄 때 자녀의 인생은 전환점을 맞을 수 있다.
실제로 진학사 청소년교육연구소가 최근 개발한 온라인 진로진학컨설팅프로그램 ‘진학예측진단(KMDT)’ 프로그램을 통해 전국 600여명의 학생을 대상으로 검사를 실시한 결과 흥미로운 결과가 나왔다. 반에서 1, 2등하는 상위권 학생들이 8, 9등하는 중상위권 학생보다 진로에 대한 준비수준, 성실성, 자기주도학습능력, 학습동기, 학업자신감 측면에서 우수한 결과를 보였다. 하지만 두 그룹 간에 학습능력은 별 차이가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중상위권 학생들이 한 단계 도약해 최상위권 성적을 얻기 위해서는 노트필기법 같은 학습기술을 기르기보다 간절히 원하는 꿈을 찾아 명확한 진로진학 목표를 세우는 것이 중요하다는 사실을 알려준다.
윤동수 진학사 청소년교육연구소 이사
이번 겨울방학, 자녀의 행복한 미래를 꿈꾼다면 아이가 자기 자신을 돌아보고 명확한 진로진학 계획과 올바른 학습습관을 체득할 수 있도록 충분한 시간과 기회를 주는 건 어떨까.
윤동수 진학사 청소년교육연구소 이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