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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찍-당근-악몽-통제… 네 가지 키워드로 본 ‘푸틴이 끄떡없는 이유’

입력 | 2011-12-13 03:00:00

채찍- 5만 경찰력에 청년 지지세력… 당근-고유가로 만든 126조원 ‘실탄’
악몽- 옐친시대 혼란 국민 원치않아… 통제- 대선 맞수 없고 언론 꽁꽁 묶어




‘러시아에도 재스민 혁명이 올 수 있을까?’

총선 부정에 항의하고 블라디미르 푸틴 총리의 권좌 복귀를 반대하는 시위가 1주일째 계속되고 있지만 아직 푸틴이 퇴진할 정도의 위력은 아니라는 관측이 우세하다. 서방 및 러시아 전문가들은 ‘푸틴 시대’가 당분간 계속될 요소가 있다고 보고 있다. 네 가지 키워드로 요약해본다.

①채찍=5만 명 이상의 경찰력과 특수부대 등 물리력, 그리고 푸틴 총리를 지지하며 언제든 그의 말 한마디에 돌격할 수 있는 ‘몰로다야 그바르디야(청년전위대·통합러시아당의 청년 조직으로 전국 80여 개 지역에 약 16만 명)’가 분열된 야권 및 민주화 운동 세력을 제압할 수 있다.

②당근=푸틴 집권 시기 고유가 덕분에 석유기금으로 조성한 1100억 달러(약 126조5000억 원) 규모의 ‘복지 기금’과 ‘예비 펀드’가 불만 계층의 연금을 올려주는 등 ‘반대편 매수 자금’으로 사용될 수 있다고 파이낸셜타임스는 분석했다.

③악몽=시사주간 타임은 소련 붕괴 이후의 ‘혼란스러웠던 시절의 악몽’이 푸틴 지지의 한 축을 이루고 있다고 전했다. 보리스 옐친 전 대통령 시대에 도입된 시장경제와 민주주의는 어떤 면에서 러시아에 혼란과 경제적 침체를 가져왔다. 이후 푸틴이 등장했을 때 러시아 국민의 81%는 ‘자유·민주보다 질서를 원한다’고 답했다. 총선 부정에 항의하는 시위가 벌어지자 러시아 당국이 “러시아를 조지아나 아랍국 같은 혼란 상황으로 몰아넣을 것”이라고 경고한 것도 이런 불안 심리를 이용한 것이다.

④통제=푸틴 총리는 철저한 언론 통제와 야당 인사 탄압 등으로 그에 맞설 만한 정치적 인물이 성장할 토대를 없앴다. 이런 이유로 뉴욕타임스 등은 푸틴 총리가 내년 대선에서 독무대를 구가할 것으로 전망한다. 러시아 집권당은 총선에서 7%를 얻지 못하면 하원(국가두마) 의석을 배분받지 못하도록 야당을 통제해 온 데다 야권이 공산당과 자유주의 및 민족주의 성향의 정당들로 분열되어 있는 것도 푸틴에 대한 도전세력의 힘을 약화시키는 요소다. 물론 이런 요인들이 있긴 하지만 푸틴이 ‘현대판 차르’에서 ‘(표) 도둑’으로 급전직하해 어떤 이변이 생길지 단언할 수 없는 상황으로 빠져들고 있다는 관측도 없지 않다.

구자룡 기자 bonho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