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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돌 되는법 참 어렵죠∼ 정부가 설명회 나섰다

입력 | 2011-12-13 03:00:00


“연예인 지망생들이 사기를 당하거나 법적인 보호를 받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공신력 있는 정부기관에서 부모님들에게 정확한 정보를 드리고자 이번 세미나를 기획했다.”

11일 오후 서울 강남구 삼성동 코엑스의 한 회의장에 앉아 있던 주부 백은옥 씨(51)는 한국콘텐츠진흥원 관계자의 말에 연신 고개를 끄덕였다. 이날 문화체육관광부와 한국콘텐츠진흥원 등은 ‘청소년 연예인·지망생 부모 대상 세미나’를 열었다. 최근 한류 열풍과 함께 연예인을 꿈꾸는 청소년들이 크게 늘자 정부가 부모들을 위해 발 벗고 나선 것이다.

○ “재능부터 객관적으로 검증해야….”

백 씨의 아들 조재윤 군(13)은 가수 지망생이다. 최근 뮤지컬과 영화에 잇달아 출연이 확정돼 주목받고 있다. 백 씨는 “처음엔 반대했지만 빠르게 자리를 잡는 것 같아 이왕이면 제대로 지원해야겠다고 결심했다”며 “하지만 정보가 부족하다 보니 ‘비싼 수업료’를 치를 때가 많았다”고 했다. 그는 “정부기관에서 이런 주제로 강의를 한 전례가 없다”며 “믿을 만한 정보를 많이 얻어갔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백 씨와 같이 세미나에 참석한 부모 30여 명은 연예기획 전문가들의 강의 내용을 열심히 받아 적었다.

첫 강연자로 나선 조대원 국제대 방송학부 교수(조은엔터테인먼트 대표)는 “연예인이 되는 건 서울대에 가는 것보다 더 험난하다”고 전제했다. 과거에는 ‘딴따라’로 비하되던 직업이지만 지금은 부와 명예, ‘문화 권력’까지 쥘 수 있는 ‘성공의 엘리베이터’라는 것. 그는 “결국 실력이 파워다. 가창력과 연기력이 없으면 절대 성공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조 대표는 또 “‘내 자식이니 잘 해내겠지’라는 생각은 버리고 객관적으로 재능을 파악하는 것이 순서”라며 “전문가들에게 검증을 받아 재능이 없다면 과감히 포기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제대로 된 기획사는 절대 돈을 먼저 요구하지 않는다”며 “안정감 있는 대형 기획사 위주로 선택하되 기획자의 철학과 계획, 경력은 꼭 확인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연기자 지망 아들을 둔 김성주 씨(48)는 “기획사에 들어갔다가 영화 출연, 교육비 명목으로 돈을 요구받고 피해를 보는 사람이 많다는 얘길 들었는데 도움이 됐다”고 말했다.

○ “인문학적 소양도 필수”

아이돌그룹 ‘비스트’ ‘포미닛’ 등이 소속된 큐브엔터테인먼트의 박재현 실장도 강의를 했다. 신인 발굴 업무를 하는 박 실장은 △기본기 △인성 체력 근성 △인문학적 소양을 강조했다. 박 실장은 “오디션 열풍으로 난립하는 음악학원을 맹신해선 안 된다”며 “필요 없는 악기를 가르친다며 추가 비용을 받는 곳도 많다. 기본기는 기획사에서 체계적으로 기르는 것이 좋다”고 조언했다. 또 “변성기 때는 목을 쉬면서 많은 음악을 듣고 악기를 배워 리듬과 음정에 집중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박 실장은 “하루 수차례씩 공연을 하려면 체력과 근성은 필수”라며 “노래를 잘한다고 해도 사건, 사고를 일으키면 사회적 비난이 크기 때문에 인성을 갖추는 것이 제일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또 “인터뷰나 연기를 하면 인성, 지적 수준이 모두 드러나기 때문에 평소 신문이나 책을 많이 읽어 인문학적 소양을 갖추는 것도 좋다”고 덧붙였다.

이날 주최 측은 세미나에 참석한 부모들에게 협회와 기획사, 정부기관 연락처 리스트와 연예계약 관련 법률을 쉽게 설명한 책자를 나눠줬다. 연기자 지망생 딸과 함께 세미나에 참석한 신영숙 씨(50·여)는 “이번 세미나에서 가장 큰 소득은 궁금한 것이 있을 때 물어볼 곳이 생겼다는 것”이라고 평가했다. 한국콘텐츠진흥원 관계자는 “앞으로도 이번 세미나와 같은 연예인 지망생 부모들을 위한 프로그램을 다양하게 마련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유성열 기자 ryu@donga.com  
고현국 기자 mck@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