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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덕노의 음식이야기]어복쟁반

입력 | 2011-12-13 03:00:00

냉면과 함께 한겨울에 먹는 평양의 향토음식




날씨가 추워지는 겨울철에 제 맛을 내는 음식이 어복쟁반이다. 놋쟁반에 양지머리와 편육, 소의 젖가슴살인 유통(乳(용,통)), 소의 혀 등을 배와 대파, 미나리, 버섯 등의 채소와 함께 넣고 육수를 부어가며 직접 끓여 먹는다. 특히 추운 날 여러 사람이 모여 고기를 먹은 후 냉면 사리나 만두를 넣어 먹으면 맛이 일품이다.

어복쟁반은 본래 냉면, 어죽(魚粥)과 함께 평양을 대표하는 음식이었다. 이 때문에 남한에서는 이름을 낯설어하는 사람도 있다. 최남선은 조선상식문답 속편에서 어복쟁반을 평양의 향토음식으로 꼽았는데 “소반만 한 큰 쟁반 한가운데에 편육을 담은 그릇을 들여놓고 여럿이 둘러앉아 먹는다”며 원래 이름이 어복장국이라고 했다.

이 어복쟁반은 평양의 시장 상인이 만들어 먹었던 음식에서 발달한 것이라고 한다. 상인들이 시장에서 흥정을 하다 커다란 쟁반에 소의 젖통을 비롯해 각종 고기와 야채를 넣고 여러 명이 모여 끓여 먹었던 것에서 시작된 음식이라는 것이다.

기원과 이름의 유래에 대해선 여러 설이 있지만 이름 속에 시장 상인들이 먹던 음식에서 비롯되었을 것으로 짐작할 수 있는 흔적이 남아 있다.

이 음식은 원래 우복(牛腹)쟁반이었는데 나중에 어복쟁반으로 바뀌었다고 한다. ‘우복’은 소의 뱃살이라는 뜻이다. 정확하게는 소의 젖가슴 살로 만든 음식일 것으로 보고 있다. 어복쟁반에는 유통이 반드시 들어가야 제맛이니까 젖이 달려 있는 부위를 뱃살로 표현한 것이다.

소의 젖가슴 살은 쇠고기 중에서도 별로 값이 나가지 않아 평양 시장 상인들이 큰돈 들이지 않고도 쉽게 구할 수 있었던 부위였다. 평소에는 쉽게 접할 수 없는 부위지만 어복쟁반을 먹으면서 맛보는 젖가슴 살은 평소 먹던 쇠고기와는 다른 독특한 맛이 있다.

어복쟁반의 또 다른 기원으로는 원래 생선 내장으로 끓여 어복(魚腹)장국으로 부르다가 나중에 쇠고기를 넣으면서 현재의 어복쟁반으로 발전했다는 이야기도 있다. 예전 동아일보(1926년 8월 22일자)에 실린 내력으로, 하지만 평양 현지인들도 여러 가지로 말을 하기 때문에 정확한 내력은 알 수 없다고 했다.

예전 평양에서도 어복장국은 이른 아침에만 파는 음식이었고 조금만 늦으면 먹고 싶어도 사먹을 수가 없었다고 한다. 나중에 어복장국을 찾는 사람이 많아지면서 전문 음식점이 생겨났지만 처음에는 주당들의 아침 해장음식에서 발달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평양의 시장 상인들이 해장을 겸해서 먹었던 음식에서 비롯된 것으로 보인다.

전통적인 어복쟁반의 특징은 맛도 맛이지만 먹는 그릇과 방법에도 있다. 세숫대야 둘레만큼 큰 넓적한 쟁반에 장국을 말아 놓고 팔뚝을 걷어붙이고 고기를 집어 먹다가 쟁반 한 귀퉁이를 들어 국물을 마시면서 먹는 것이 제맛이라고 한다.

겨울철 시장 바닥에 불을 피워 놓고 쟁반을 올린 후 고기와 각종 채소를 넣고 끓이면 주변에 있던 상인들이 모인다. 한편으로는 계속 육수를 부어가며 고기를 끓이고 먹으면서 또 다른 한편으로는 상인들끼리 흥정도 하고 우의도 다지는 음식이었던 것이다. 어쩐지 어복쟁반에는 재래식 시장의 정감이 배어 있는 것 같다.

<음식문화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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