朴재정 “세계경제 불확실성 상당기간 지속”
50, 60대 취약계층 일자리 56만개 만들기로
정부의 내년 경제정책 방향은 ‘성장’보다는 ‘위기 대응’에 무게중심이 쏠려있다. 2008년 이후 3년 만에 글로벌 경제에 위기의 먹구름이 짙어지면서 무리한 경기부양으로 눈앞의 성장률을 높이기보다는 위기대응을 위한 안정에 초점을 뒀다는 평가가 나온다.
‘위기대응’을 위한 핵심 정책은 일자리 창출이다. 일자리 창출을 통해 ‘서민 생활 안정’과 ‘경제 체질 강화’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겠다는 것이다. 박재완 기획재정부 장관은 이날 정부과천청사에서 열린 경제정책방향 브리핑에서 “세계경제가 불확실성과 불안감에 몸살을 앓고 있어 상당기간 어려움이 예상된다”며 “경제 체질을 전환하고 어떤 충격에도 견딜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하겠다”고 말했다.
정부가 예상하고 있는 내년 신규 일자리는 28만 명으로 올해(40만 명)보다 무려 12만 명(30%)이 감소한다. 수출증가 둔화로 제조업 취업자의 감소세가 가속화될 것이라는 전망이 많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정부는 공공기관 신규채용 확대와 재정지원 일자리 확대를 일자리 대책으로 내놨다. 우선 공공기관 채용인력을 1만4000명으로 확대한다. 올해 1만 명에서 40% 늘어난 수치다. 교원과 치안 등 대국민 서비스 분야 인력 채용도 늘려 경기 둔화로 줄어드는 일자리를 최대한 흡수할 방침이다. 특히 직무평가를 통해 기간제로 채용됐던 공공기관 근로자를 무기 계약직으로 전환해 일자리 안정성도 높일 계획이다. 공공기관 청년인턴도 올해 1만 명에서 내년에는 1만2000명으로 늘릴 예정이다.
노인과 여성 등 취약계층에 대한 일자리 지원도 강화한다. 주로 50, 60대 이상이 참여하는 재정지원 일자리를 올해 54만 명에서 내년 56만 명으로 확대하고 은퇴 베이비붐 세대(1955∼1963년생)의 재취업을 돕는 ‘50세 이상 근로자 새일터 적응지원사업’을 신설한다. 지난해와 올해 2년 연속 정부가 축소했던 재정지원 일자리는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3년 만에 늘어난다. 공공기관에서 육아휴직자의 대체인력으로 정규직을 충원할 수 있도록 하는 등 여성 취업 지원도 확대한다.
▼ 고용 우수기업 수출보증 늘리고 금리 우대 ▼
“재탕정책 많고 청년실업 해소 역부족” 지적
내년 경제정책방향은 일자리 창출을 위한 기업 지원 방안도 담고 있다. 정부는 먼저 고용을 늘린 기업에 세금 감면혜택을 주는 고용창출 투자세액공제 적용대상에 보건·사회복지 서비스업 기업을 포함시키고 기본 공제율(3∼4%)도 1%포인트 올릴 방침이다.
또 고용창출 우수기업에 무역보험공사의 보증한도를 2배 확대하고 보험료와 보증료도 10% 수준에서 할인해준다. 고용창출 실적이 좋은 기업에는 수출입은행이 수출자금을 대출할 때 적용하는 금리와 지원한도도 우대한다.
민간부문의 일자리 창출 여력을 높이고자 중소기업과 서비스업 경쟁력을 높이기 위한 각종 지원책들도 경제정책방향에 포함됐다. 창업 중소기업에 대한 법인세와 소득세 감면기간을 4년에서 5년으로 늘리는 방안을 내년 세제개편 때 반영한다.
하지만 정부의 일자리 대책이 가시적인 성과를 내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목소리도 만만치 않다. 공공부문 일자리와 재정지원 일자리 상당수가 비정규직인 만큼 근본적인 처방이 되기 어렵다는 것이다. 민간부문 일자리 확대를 위한 기업 지원 역시 기존 대책을 연장하거나 혜택을 소폭 확대하는 데 그치고 있다는 평가도 나온다. 이준협 현대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일자리에 초점을 맞춘 경제정책 방향은 환영할 만하지만 공공부문보다는 민간 일자리 확대를 위한 대책이 필요하다”며 “특히 청년 일자리 감소를 해소하기 위한 큰 틀의 방향제시가 부족한 것도 아쉽다”고 말했다.
문병기 기자 weappo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