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러스트레이션 김수진 기자 soojin@donga.com
나는 음악을 하면서 정기적으로 앨범을 발표하고, 매월 콘서트를 하고, 연극 무대에 서기도 한다. 건축과 음악이 접목된 ‘장소 찾기 프로젝트’라는 타이틀로 솔로 앨범 5집도 발표했다. 건축설계나 인테리어뿐 아니라 사업을 하려는 사람들에게 조언을 하기도 하고, 실제 요식업에 뛰어들어 사업을 하기도 한다. 또 내 이름을 붙인 가구 디자인을 홈쇼핑에 발표하려고 준비하고 있다. 물론 이런 많은 일 가운데 건축이 중심이 돼 나의 창작욕을 불태우고 있다. 궁극적으로 내가 하는 모든 일이 여러 가지가 아니라 한 가지란 사실을 알게 돼서다. 결국 원리는 하나고 무슨 일을 하든지 가치관은 바뀌지 않는다는 것을 나는 깨달았다.
지금도 통상 얘기하는, ‘돈 많이 벌어 정승처럼 쓰는 것’ 외에 참 하고 싶은 일이 많은 게 사실이다. 하지만 ‘죽기 전에 이것만은’이라는 제목 앞에서는 숙연해질 수밖에 없다. 어찌 보면 혼자 힘으로 안 되는 일, 평소 꿈으로 그려왔던 일을 얘기해야 하기 때문이다. 제목 그대로 ‘죽기 전에 이것만은 꼭 하고 싶다, 아니 해야 한다’고 한다면 내가 꼽고 싶은 것은 바로 ‘사회 공헌’이다.
의외로 우리 주변에 버려진 공간이 많은 반면, 정말 필요한 사람에게 가치 있는 공간이 제대로 부여되고 있지 않기 때문에 나는 대안 공간 만들기를 생각해 보게 됐다. 사실 이런 사업은 건축이 좀 더 대중화돼야 한다는 전제가 깔려 있다.
나는 얼마 전 출간한 ‘양진석의 친절한 건축 이야기’를 통해서도 뜻을 피력했다. 나는 이 책을 통해 많은 사람들이 우리들의 공간, 건축, 도시, 환경에 대해 한번 고민해 보자는 얘기를 하고 싶었다. 물론 집이 없는 사람에게 집을 지어주고 환경이 열악한 사람들에게 새로운 환경을 제공해 주는 것이 사회 공헌의 기본이지만, 나는 여기에 머물지 않고 우리 주변의 얘기를 좀 더 철학적으로 고민해보고 싶다.
폐교, 공장 터, 골목길, 개발이 불가능한 밀도 높은 산동네들, 시골의 빈집들, 도심의 낙후된 주거 공간 등 우리 사회에는 취약한 공간의 사각지대가 많은 것이 사실이다. 이런 곳을 건축가와 아티스트들의 손길을 더해 새로운 장소로 탈바꿈시키고 가치가 충만하고 쓸모 있는 공간으로 거듭 태어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나의 꿈이다.
이를 위해 장기적으로는 젊은 건축가와 작가들이 활발한 작품 활동과 함께 사회 공헌을 할 기회를 갖기를 바란다. 이들의 창의적이고 신선한 아이디어들이 대안적인 공간으로 탈바꿈돼 이 도시에 하나둘씩 전파된다면 우리의 새로운 도시상이 자연스럽게 떠오를 것이다.
양진석 건축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