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렇지만 사실 술은 스트레스 해소에 효과적이다. 또한 ‘술(포도주)은 음료로서 가치가 있고, 약으로서는 가장 맛이 있으며, 음식 중에서는 가장 즐겁게 해준다’는 히포크라테스의 말처럼 적당히 마시면 약주(藥酒)가 된다. 물론 과음하면 독주(毒酒)가 된다.
예로부터 음주가무를 즐긴 민족답게 한국인은 술을 좋아한다. 술은 어떤 때는 음식으로, 어떤 때는 약으로 쓰이며 희로애락을 같이 했기에 술 문화도 다양했다. 우리 문화를 대표하는 비취색의 고려청자나 곡선미가 아름다운 순백의 이조백자도 술병이었다. 술잔도 재질에 따라 호박배 옥배 금배 등으로 다양했고, 모양에 따라 앵무배 도화배라 불렀다.
술의 종류도 많았고 집집마다 제조법과 맛이 달랐다. 술의 빛깔이 흰 아지랑이와 같다고 해 ‘녹파주’, 푸르고 향기로우면 ‘벽향주’, 맛이 좋아서 차마 마시기 아까우면 ‘석탄주’라는 운치 있는 이름을 붙일 정도였다. 그러나 선비들은 과음을 경계했다. ‘채근담’에 나왔듯이, ‘꽃은 반만 피는 것이 좋고, 술도 반만 취하는 것이 좋다’는 가르침을 따랐다.
세종도 삼계배(三杯誡)라 하여 술 좋아하는 신하들에게 석 잔 이상 마시지 말라며 은으로 만든 잔을 하사해 절주를 당부했다. 하지만 술고래 신하들은 은장이를 불러다 술잔을 양동이만 하게 만들어 어명도 따르고 주량도 채우는 꾀를 부리기도 했다.
술은 적당히 마시면 스트레스를 풀어주고 혈액순환도 돕는다. 고대부터 술은 ‘사랑의 미약’으로 불릴 정도로 성생활과도 밀접했다. 이성을 유혹하는 유용한 도구였으며, 긴장한 두뇌 신경세포를 이완시켜 성생활에도 다소 도움을 줬다.
하지만 과음하면 간 기능은 물론이고 성적 능력도 떨어진다. 알코올이 성생활을 관장하는 교감신경을 마비시켜 성적 쾌감을 방해하기 때문이다. 조루가 있는 남성들이 사정을 지연시키기 위해 알코올의 힘을 빌리는데, 근본적인 해결책이 되지 못할 뿐만 아니라 오히려 발기부전과 같은 부작용이 우려된다.
최근 발표된 조사에서는 상습 과음자의 75%가 성감저하, 60%가 발기부전, 50%가 사정장애를 호소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알코올로 인해 전립샘(전립선)에 충혈 및 부종이 발생해 성욕과 흥분은 물론이고 발기력이 감퇴하고 사정장애(양과 거리) 등이 나타나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술은 이처럼 약이 되기보다는 독이 되기 쉽다. 따라서 침실에서 부부가 함께 분위기를 로맨틱하게 연출하기 위해 마시는 미주(米酒)라도 절제하고 삼가는 것이 좋다.
김재영 퍼스트 비뇨기과 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