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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불교의 대표적 선지식, 조계종 13대 종정에 진제 스님

입력 | 2011-12-15 03:00:00

“동양정신문화의 정수 간화선 세계인 모두가 즐기도록 진력”




신원건 기자 laputa@donga.com

“대지여우인막측(大智如愚人莫測)이요 수래방거역비구(收來放去亦非拘)로다.”(큰 지혜를 가진 이는 어리석어 보이지만 사람들이 헤아리지 못함이요 진리를 거두고 놓는 데 또한 걸림이 없음이로다)

대한불교조계종 제13대 종정으로 추대된 진제 스님은 14일 미리 준비한 자료를 통해 “물질이 정신을 지배하는 탐욕과 이기심으로 가치관이 전도되어 지구상의 질서가 허물어지고 점점 혼탁해 가고 있다”며 “정신 수행을 통해 모든 이들이 대자유와 밝은 지혜를 얻기 바란다”고 밝혔다.

당초 종정 추대를 앞두고 쌍계사 조실인 고산 스님과 원로회의 의장인 종산 스님도 후보로 거론됐으나 추대위원회에서는 진제 스님이 단독으로 추대됐다. 추대위원회는 20여 분 만에 만장일치로 끝났다. 대표적인 선지식(善知識·수행자들의 스승)으로 불리는 스님의 출가 스토리는 유명하다. 1953년 경남 남해 출신의 스무 살 청년은 친척과 함께 가까운 암자를 찾았다. 종정을 지낸 석우 스님이 있던 해관암이었다. 스님은 이 청년의 자질이 뛰어난 것을 보고 “한번 ‘중놀이’를 하면 어떻겠느냐”고 권유했다. 청년이 다시 “중놀이를 하면 어떠한 좋은 점들이 있습니까”라고 묻자 스님은 “범부가 위대한 부처가 되는 법이 있다”고 말했다. 이 대화를 인연으로 출가한 청년은 50여 년 뒤 종단 최고 어른인 종정에 추대됐다.

1967년 당대의 선지식인 향곡 스님의 법을 이어 받은 진제 스님이 평생 심혈을 기울인 것은 참선의 즐거움을 사람들과 나누는 것이었다. 1971년 부산에 해운정사를 창건한 뒤 선원을 개설해 선의 대중화, 생활화를 위해 노력했다.

1994년 대구 동화사 조실로 추대된 이후 해마다 안거 때마다 전국 수좌들과 재가 수행자들의 참선 수행을 지도하며 공부를 점검했다. 이후 선학원 중앙선원 조실, 봉암사 태고선원 조실 등을 지냈고 현재 동화사 금당선원 조실, 조계종 기본선원 조실 등을 맡고 있다.

진제 스님은 1998년, 2000년 백양사 ‘1, 2차 무차선대법회’에서 법주로 초청되어 서옹 스님과 함께 대회를 지도했고, 2002년에는 부산 해운정사에서 중국, 일본의 선지식들을 초청해 국제무차선대법회를 개최하는 등 선의 국제화에 힘써 왔다. 최근에는 미국 뉴욕의 리버사이드 교회에서 간화선(看話禪)의 세계화를 위한 법회를 열었다.

진제 스님은 종정 추대를 수락하면서 “부덕한 산승(山僧)을 종정에 추대해 고맙다”며 “앞으로 동양정신문화의 정수인 간화선을 널리 전파하는 데 노력하겠다”며 선에 깊은 관심을 표시했다. 종정은 계(戒)를 주는 전계대화상 위촉권을 가지며 포상, 징계의 사면, 경감, 복권을 행할 수 있다. 종단 비상시에 원로회의 재적 3분의 2 이상의 제청으로 중앙종회를 해산할 수 있다.

김갑식 기자 dunanworld@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