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짝이는 것’들에 인간의 욕망이 본능적으로 꿈틀대는 데는 그만한 역사적, 과학적 의미가 있다. 커다란 보석 장식이 돋보이는 ‘랑방’의 2011년 가을, 겨울 컬렉션. PFIN 제공
반짝이는 것에 대한 욕망의 역사는 곧 문명의 역사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고대 이집트인들은 태양을 숭배했다. 그래서 그들은 옷이며 장신구며 피라미드에까지 태양의 의미를 숨겨 놓았다. 태양이 비추는 햇살의 느낌을 옷의 주름으로 표현했고 피라미드의 정점은 프리즘의 형상을 띠었다. 또 목에 두르는 반원형의 목걸이, 파시움은 화려하기 그지없었다. 에메랄드 자수정 터키석 등의 보석을 같은 종류끼리 배열한 뒤 보석 사이를 금줄로 엮었다.
비잔틴시대에는 그리스, 로마풍인 ‘그레코로만’과 동서 무역의 영향으로 동양풍이 가미됐다. 특히 페르시아의 화려한 색채 감각과 중국에서 건너온 두꺼운 실크는 서양 패션사에 큰 영향을 주었다. 알사탕만 한 자수정, 에메랄드, 진주 등으로 장식한 십자가 형태의 장신구들은 화려한 자태를 자랑했다. 후에 샤넬은 그 십자가 문양과 진주 장식을 본뜬 뒤 체인 장식과 함께 매치해 브랜드 고유의 새로운 액세서리로 재탄생시켰다.
바로크, 로코코시대를 거치면서 반짝임에 대한 열망과 숭배는 시대 상황과 사람들의 인식에 따라 경중을 달리했다. 하지만 이는 언제나 존재했고 또 필요했다.
20세기가 열리면서는 화려함이 대중화됐다. 과학기술 등의 발달로 금속판을 원형으로 찍은 뒤 비늘처럼 연결한 스팽글이 등장했고 인조금속사가 개발돼 온갖 화려한 직물들을 저렴하게 짤 수 있었다. 또 유리알에 색상과 투명도, 강도를 강화한 인조보석이 등장하면서 누구든 원하기만 하면 반짝임의 매력을 소유할 수 있었다. 이는 계급과 신분제도의 타파로 엄격한 규율과 복식제도가 무너졌기 때문이다. 또 동시에 은막의 대중스타가 등장했기 때문이기도 했다. 그들이 입고 치장하고 바르기까지 하는 반짝이는 아이템들은 대중의 눈을 사로잡기에 충분했고 그 때문에 ‘유행’이라는 단어도 생겨났다.
반짝임의 역사는 천박하거나 가볍지 않다. 오히려 다른 어느 욕망의 역사에 비해 더 정치적이고 종교적이고 과학적이다.
블링블링한 반짝임을 맘껏 느낄 수 있는 시대, 그리고 그것을 뽐낼 수 있는 계절에 감사하면서 이것을 십분 누려볼 것을 권하고 싶다. 반짝임의 역사는 몇천 년을 갈고닦은 내공의 역사이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