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증시도 격동기… 코스피 1,700∼2,200 예상”
최창호 신한금융투자 투자전략부장은 2012년에는 기대수익률을 낮추고 투자 시기를 분산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조언했다. 이은우 기자 libra@donga.com
이런 증권가에서 유일하게 올해 코스피 범위를 맞힌 투자전략가가 있다. 최창호 신한금융투자 투자전략부장이다. 그는 작년 말 2011년 코스피를 1,650∼2,260으로 예상했다. 당시 너도나도 코스피 밴드를 올려 잡던 분위기와는 동떨어진 접근이었다. 그의 예상은 맞아떨어졌다. 올해 코스피는 1,644.11∼2,192.83에서 움직였다. 최 부장은 “숫자를 맞히는 건 애널리스트 영역 밖의 일이라 자랑할 게 아니다”라고 선을 그었지만 “올해 시장을 보수적으로 전망했던 근거들에 대해선 자부심을 갖고 있다”고 말했다.
―올해 시장을 보수적으로 전망했던 까닭은….
―대부분이 ‘오판’했던 올해 증시를 정확하게 본 비결이 있다면….
“올해는 예상치 못한 일들이 많았다. 중동사태, 동일본 대지진, 미국 신용등급 강등 같은 걸 누가 미리 알 수 있었겠는가. 운 좋게 지수는 맞혔지만 ‘상저하고’일 것이란 예상은 빗나간 측면이 있다. 시장을 예측할 땐 각자의 스타일이 있다. 나는 펀더멘털과 거시(巨視)에 집중하는데 이 방식이 단기 예측은 어렵지만 큰 그림에서는 들어맞는 경우가 많다.”
―8월 폭락장과 롤러코스터 장세, 리서치센터 무용론까지 불거졌던 시기를 보낸 소회가 궁금하다.
“바보가 된 느낌이랄까….(웃음) 많은 전략가들이 ‘예측이 무의미하다’는 표현을 쓸 수밖에 없었던 한 해였다. 과거에 없던 변수라 비교도 안 되고 통계 데이터로도 접근이 안 됐다. 게다가 예측을 하면 바로 그걸 뒤엎을 만한 이벤트가 나오니 속수무책이었다. 매크로 변수가 중요한 장에서는 기업 담당 연구원이 할 수 있는 게 적다. 그 대신 투자전략부 직원들이 주말도 없이 난리를 치렀다.”
“올해보다 더 심한 격동도 가능하지 않을까. 진행 중인 유럽 문제가 정점에 도달하기 때문이다. 상반기까지는 올해 하반기 혼란상이 그대로 이어질 것 같다. 하지만 내년 초 이탈리아 국채만기가 집중돼 있으므로 그 전에 어떤 대책이든 나올 것이다. 재정건전성 확보를 전제로 유럽중앙은행(ECB) 국제통화기금(IMF) 등이 부실국 국채를 사주면 된다. 이 리스크가 정점을 찍으면 하반기에는 증시나 경기도 완만한 회복기로 접어들 수 있다. 예상범위는 1,700∼2,200으로 잡았다.”
―내년 증시에 대비한 투자조언을 해준다면….
“기대수익률을 낮추는 한편, 역발상을 잊지 말길. 리스크가 정점에 이르렀을 때 공포에 휩싸인 장은 오히려 기회다. 하지만 변동성이 심하니 투자 시기는 분산하는 것이 안전하다. 내년에는 어떤 자산이 유망한가가 아니라 투자 타이밍이 수익률을 좌지우지할 것이다.”
박선희 기자 teller@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