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OC홈피, 금메달 75년 만에 바로잡아… 일제강점기 ‘출전의 아픔’ 보완 설명
손기정 선생이 1936년 베를린 올림픽 마라톤에서 우승한 지 75년 만에 한국 국적과 이름을 되찾았다. 국제올림픽위원회(IOC)는 최근 대한체육회의 요청을 일부 받아들여 홈페이지 선수 소개란에 손기정이 일본식 이름 ‘기테이 손’으로 표기된 시대적 배경 등을 자세하게 설명했다. IOC는 “동아일보가 시상대 위에 서 있는 손기정의 사진을 게재하면서 셔츠의 일장기를 지웠다”(밑줄 친 부분)고 설명했다. IOC 홈페이지
국제올림픽위원회(IOC)는 15일 손기정 선생(1912∼2002)의 국적을 한국이라 적시하며 그를 한국민의 자긍심이라고 표현했다. IOC 홈페이지는 손기정 코너(www.olympic.org/kitei-son)에 일제강점기 한국인 손기정의 아픔을 실었다. 동아일보의 명예로운 역사도 함께 담았다.
대한체육회(KOC)는 지난달 말 IOC에 손 선생의 일본 이름과 국적을 바꿔 달라고 요청했다. IOC는 KOC의 요청을 일부 받아들여 손기정 코너에서 그의 우승 소식과 함께 시대 배경을 상세하게 다뤘다. 베를린 올림픽 마라톤에서 동메달을 딴 남승룡 선생(1912∼2001)도 처음으로 언급했다.
▼ “출전 당시 기록 바꾸면 역사적 혼란”… 일본식 이름 ‘기테이 손’은 그대로 둬 ▼
IOC는 “손기정이 뛰어난 마라토너였지만 일제강점기였기에 일본 국적으로 베를린 올림픽에 참가할 수밖에 없었다”고 당시 상황을 설명했다. 이어 손 선생을 ‘강렬한 민족주의자’라고 표현했다. 베를린 대회 당시 언제나 한국 이름으로 사인을 했고 어느 나라 출신인지를 물으면 일본이 아닌 한국이라고 답했다는 거였다.
손 선생은 베를린 대회 마라톤에서 2시간29분19초로 우승했다. 디펜딩 챔피언 후안 카를로스 자바라(아르헨티나)와 어니 하퍼(영국·은메달) 등을 2분 이상 따돌린 완벽한 승리였다. 그러나 손 선생은 1위로 골인한 뒤 환호하지도 만세를 부르지도 않았다. 그는 경기 직후 “육체는 많은 것을 할 수 있지만 마음과 정신을 장악해야 한다”는 말을 남겼다. 손 선생은 3위 남승룡과 시상대에서 고개를 숙였다. 일장기가 올라가고 일본 국가가 연주되자 조국을 잃은 아픔을 침묵으로 항의했다.
동아일보가 1936년 8월 25일자 2면에 일장기를 지우고 게재한 손기정 선수의 베를린 올림픽 마라톤 우승 시상식 사진. 동아일보DB
IOC는 KOC에 보낸 공문에서 “손 선생의 국적과 이름을 바꾸는 문제는 1987년 집행위원회에서부터 논의됐다. 하지만 올림픽 출전 당시 등록된 내용을 바꾸는 건 역사적 혼란을 일으킬 수 있다”며 반대 방침을 보였다.
황태훈 기자 beetlez@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