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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경기]인천시 “통행료체제 유지” 올해초 정부에 공문

입력 | 2011-12-16 03:00:00

“경인고속도로 통행료 폐지하라” 시민-단체 10년째 요구하는데…




1969년 개통된 경인고속도로. 시도 때도 없이 막히는 만성 정체로 고속도로 기능을 상실해 일반도로 전환이 추진되고 10여 년째 통행료 폐지운동이 벌어지고 있다. 김영국 동아닷컴 객원기자 press82@donga.com

인천 시민과 시민단체, 지역 정치인들이 경인고속도로 통행료 폐지 운동을 10여 년째 벌이고 있는 가운데 인천시가 올해 초 국토해양부에 ‘경인고속도로를 현재 지상고속도로로 유지, 존치하겠다’는 공문을 발송한 것으로 드러나 논란이 일고 있다. 이는 인천시민이 심각한 정체 현상으로 이미 고속도로 기능을 상실한 경인고속도로의 일반 도로화를 주장하며 법원에 위헌법률심판제청 신청서를 낸 것에 찬물을 끼얹는 처사라는 지적이 많다.

15일 시에 따르면 시 도시재생1과는 올 1월 28일 국토부 도로정책과에 ‘경인고속도로 관련 사항 의견 제출’이란 제목의 공문을 발송했다. 내용에는 ‘경인고속도로는 현 상태 지상고속도로 기능을 유치 및 존치하고 대외적으로 경인고속도로 직선화 사업 명칭을 사용하지 않겠습니다’란 글이 적혀 있다. 경인고속도로의 현 고속도로 기능을 인정한다는 내용이다.

이에 앞서 2010년 12월 말 국토부는 인천시(도시재생1과)에 △경인고속도로 관리권 이관 및 일반 도로화 요구를 하지 않는다 △대외적으로 경인고속도로 직선화 사업 명칭을 사용하지 않는다 등 2가지 사항을 이행할 것을 확약하라는 내용의 공문을 보냈다. 시가 그해 12월 초 경인고속도로와 청라진입도로 연결사업 승인을 요청하자 국토부가 이 2가지 사항을 먼저 확약할 것을 요청한 것.

2009년 4월 당시 감사원의 중재로 국토부와 인천시는 서인천∼가좌구간 지하화(4차로, 5.7km)에 합의했다. 이에 따라 지하화 구간의 지상부(지상도로)는 자연스럽게 일반화도로 사용이 허용됐다.

당시 이 업무를 담당한 시 관계자는 “공사가 한창인 제2외곽순환고속도로와 이 구간의 지상부가 연결되면 자연스럽게 경인고속도로 서인천나들목∼용현동 종점 구간도 일반도로로 전환하는 것이 시의 계획이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국토부가 시에 2가지 사항의 이행을 먼저 요구하고 이를 시가 수용하면서 경인고속도로 일반화 사업을 사실상 포기하고 통행료 폐지 요구도 포기하는 꼴이 된 것이다.

이와 관련해 시는 “지상고속도로 기능을 유지하겠다는 의견을 제출한 것뿐 고속도로 일반화 정책이 변경된 게 아니다. 향후 제2외곽순환고속도로 및 청라지구 진입도로와 함께 일반도로화를 추진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또 시는 현재 재정 상태로는 사업비가 1조2000억 원에 달하는 경인고속도로 일반도로화 사업을 추진하기 불가능한데도 정치권이 내년 4월 국회의원 선거를 앞두고 이를 쟁점화하고 있다고 언급했다.

이에 대해 한나라당 윤상현 의원은 “경인고속도로의 일반도로 전환은 인천시민의 오랜 숙원이자 인천지역 균형발전을 위해 반드시 필요한 사업”이라며 “시민들의 이런 요구를 외면한 채 공청회 등 절차 없이 일방적으로 사업을 포기한 것은 시가 스스로 행정주권을 포기한 행위”라고 지적했다.

시는 논란이 일자 15일 내년부터 경인고속도로 간선화 사업을 재개한다고 밝혔다. 서인천나들목∼용현동 종점 10.5km 구간에 방음벽을 설치한 뒤 일반도로로 전환하는 방안을 구상하고 있다는 것이다. 경인고속도로(24km)는 1969년에 개통됐다. 인천시민들은 “시도 때도 없이 빚어지는 만성 교통체증을 생각하면 통행료 900원(승용차 기준)을 왜 내야 하는지 모르겠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차준호 기자 run-jun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