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타지 문학-만화의 중간가벼운 읽을거리로 선풍
초판이 100만 부 이상 팔린 일본 라이트노블 ‘스즈미야 하루히의 경악’.
라이트노블은 책 표지와 책 속에 애니메이션풍의 일러스트를 많이 집어넣은 청소년 소설이다. 표지만 봐서는 만화책인지 게임 잡지인지 구분이 가지 않는다. 이야기를 풀어가는 방식도 짧은 대화체 위주로 돼 있어 읽기 쉽다. 워낙 유행이다 보니 수업시간 전 아침독서 시간에도 자유롭게 펴볼 수 있는 ‘권리’까지 얻었다.
스토리는 대부분 황당무계하다. 초판이 100만 부 이상 팔려 일본 라이트노블의 성공작으로 꼽히는 ‘스즈미야 하루히의 경악’(가도가와 문고)은 시공을 넘나드는 초능력을 가진 여고생이 지구인으로 위장한 우주인, 미래인과 함께 동아리를 결성해 학내 문제를 해결해 간다는 스토리다. 한국에서 애니메이션과 게임으로 소개된 ‘슬레이어즈’ 시리즈(전 27권·후지미판타지문고)도 마법이 등장하는 판타지 계통 소설이다. 이 밖에도 청소년들의 러브 스토리를 다루거나 학교생활을 그린 작품 등 내용은 다양하다.
출판 불황에 시달리는 출판사들은 이 분야에 앞다퉈 뛰어들고 있다. 일본의 대형 출판업체인 고단샤가 최근 라이트노블 문고를 창간한 데 이어 슈에이샤도 TV 애니메이션으로 히트한 작품이나 만화를 거꾸로 라이트노블로 출판하고 있다.
대형 출판사들이 이처럼 라이트노블에 비상한 관심을 갖는 것은 사양사업인 오프라인 출판업의 영역을 넓힐 수 있다는 기대 때문이다. 성공한 원작은 애니메이션이나 게임 등 다양한 미디어 콘텐츠로 외연을 확장할 수 있고 캐릭터 완구로도 만들어 팔 수 있다. 게임이나 애니메이션으로 성공하면 이후 출판되는 소설의 판매부수도 급증하는 상승작용 효과가 톡톡하다. 가도가와 문고와 후지미판타지문고 등을 보유하고 있는 라이트노블 전문 출판사 가도가와 그룹은 슬레이어즈를 이미 애니메이션과 게임으로 만들어 한국 미국 중국 등 세계 각국에 수출하고 있다. 지금까지 소설의 누적 판매량도 2000만 권에 이른다.
도쿄=김창원 특파원 changkim@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