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파방해로 美원격조종 막은 뒤, GPS좌표 바꿔 이란에 착륙시켜”
이달 4일 이란 영공에서 비행 중 추락한 것으로 알려진 미국 무인정찰기 드론(RQ-170)은 이란이 방해 전파를 이용해 착륙시킨 것이라고 이란의 한 엔지니어가 15일 미 크리스천사이언스모니터(CSM)지와의 인터뷰에서 주장했다.
드론은 주로 미 네바다 주 공군기지에서 원격조종되는 무인정찰기다. 그런데 이 엔지니어에 따르면 이란 전자전 특수요원들은 이란 상공에 떠 있는 드론을 발견하고 드론 통신체계에 방해 전파를 보내 미군 지휘센터와의 원격조종을 차단하고 자율조종 모드로 비행되도록 바꾸었다. 이어 이란은 강한 전파로 드론의 위성위치확인시스템(GPS) 좌표를 교란시켜서 드론으로 하여금 이란 땅을 이착륙기지인 아프가니스탄 공군기지로 착각하게끔 만든 것이다.
이란 정부가 드론을 언론에 공개하면서 부분만 가린 이유에 대해 이란 엔지니어는 “우리가 입력한 좌표와 비행기가 실제 착륙한 지점의 고도가 몇 m 차이가 나서 착륙할 때 비행기 하체 부분이 손상을 입어서 가렸다”고 말했다.
국내 무인기 전문가들은 동아일보와의 통화에서 “이론적으로 지휘센터와 통신이 끊겨 자율조종으로 전환된 무인기는 자신이 출발한 공군기지로 돌아가게 설정되어 있다. 이때 드론은 4개 정도의 위성으로부터 GPS 좌표를 받아 자기의 위치를 파악하고 모항을 향해 돌아간다. 하지만 이란이 지상에서 위성의 GPS 신호보다 더 강한 신호를 보내 좌표를 교란시킬 경우 드론의 착륙지점이 바뀔 수도 있다”고 말했다.
앤드루 뎀스터 호주 사우스웨일스대 교수는 3월 열린 한 콘퍼런스에서 “GPS 신호는 실제로 텔레비전 타워나 노트북에서 나오는 신호에도 쉽게 방해받는다”고 밝혔다. 미 공군은 악의적인 전자공격에 대응하기 위해 9월 말부터 비행기나 미사일에 탑재돼 있는 GPS를 대체하는 항법술 개발에 나섰다.
하지만 미 정보당국의 한 관계자는 16일 CNN과의 인터뷰에서 “RQ-170은 미국의 가장 최첨단 무인기이며 15.24km 상공을 비행한다. 이란이 감지하는 것 자체가 불가능하다”며 이란이 전자공격으로 착륙시켰다는 주장을 일축했다. 그는 “무인기는 (위성통신 두절로 인해) 이란의 손에 굴러들어간 것”이라고 말했다.
한 미군 당국자는 “문제의 무인기는 핵시설 감시용이었다”며 “아프간 정부도 비행사실을 사전에 몰랐으며 미 중앙정보국(CIA)이 미 국방부에도 무인기의 임무에 대해 설명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백연상 기자 baek@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