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매 완화… 조합원 지위 양도… 재건축 거래 숨통
서울 강남3구에 대한 투기과열지구 해제로 최근 하락세인 강남권 재건축 아파트 시장에 변화가 일지 관심이 모이고 있다. 사진은 강남구 개포동 개포주공 아파트 단지 일대. 동아일보DB
우선 투기과열지구는 주택시장 안정을 위해 국토해양부 장관 혹은 시도지사가 주택 투기가 우려된다고 지정하는 지역을 말합니다. 투기과열지구로 지정되면 분양권 전매 제한과 주택 청약 규제를 받습니다. 즉, 투기과열지구에서는 1가구 2주택자나 5년 내 당첨 사실이 있는 이들은 1순위 청약을 하기 어렵습니다. 또 재건축 아파트의 경우 조합원 지위를 팔고 사는 일도 불가능합니다. 이 때문에 투기과열지구에서는 재건축 단지에 조합이 설립되면 준공 때까지 조합원이 보유한 아파트를 팔 수 없었습니다.
정부는 12·7대책을 통해 강남 3구를 9년 8개월 만에 투기과열지구에서 해제했습니다. 전문가들은 정부의 이번 조치가 부동산시장의 바로미터로 꼽히는 ‘강남 3구 살리기’에 초점이 맞춰졌다고 입을 모으고 있습니다. 실제로 이번 대책으로 가장 큰 혜택을 보게 된 곳은 3개구의 재건축입니다. 이들 지역은 이번 투기과열지구 해제로 전매제한 기간이 기존 3∼5년에서 1∼3년으로 줄고, 재건축아파트의 조합원 지위도 양도가 가능해집니다. 부동산정보업체들에 따르면 이번 조치로 강남 3구의 26개 재건축 단지 1만9000여 명의 조합원이 지위를 양도할 수 있게 되고, 조합 설립을 추진 중인 22개 단지 2만2000여 명도 곧 투기과열지구 해제의 효과를 볼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됩니다.
그러나 투기과열지구 해제가 유럽발 금융위기 등 국내외 악재로 얼어붙은 강남 재건축시장에 온기를 불어넣을 수 있을지에 대한 전망은 엇갈리고 있습니다. 과거 정부의 투기과열지구 해제는 부동산시장에 온기를 불어넣으며 실질적인 효과를 낸 적이 있습니다. 부동산정보업체 부동산써브에 따르면 정부가 2008년 11월에 강남 3구를 제외한 수도권지역의 투기과열지구를 해제한 뒤 1년간 집값이 15% 급등하기도 했습니다.
그런데 이번 대책이 나온 지 열흘이 지난 현재까지도 시장에서는 눈에 띄는 변화가 나타나지 않고 있습니다. 일부 재건축 단지의 경우 앞으로 시장 상황이 나아질 것이라는 기대에서 집주인들이 이미 내놓은 급매물을 회수해 호가가 올랐지만 거래량이 눈에 띄게 많아지진 않았습니다. 일부 전문가는 “투기과열지구 해제가 강남 재건축시장의 호재인 것은 맞지만 국내외 경기 불안 등 변수가 있기 때문에 재건축시장 활성화로 이어질지는 불투명하다”고 말하고 있습니다. 김현아 건설산업연구원 연구위원은 “강남 3구에 대한 규제 가운데 투기과열지구는 해제됐지만 투기지역은 남아있어서 시장 활성화를 가져오기에는 여전히 한계가 있다”면서 “경기가 회복되는 시점에서는 이번 대책이 거래에 숨통을 틔우는 촉매제는 되겠지만 지금 당장 강남 재건축시장이 살아나는 효과를 기대하기 어렵다”고 평가했습니다.
구가인 기자 comedy9@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