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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일 사망 조문 논란…南-南 갈등 우려

입력 | 2011-12-19 16:35:00

진보단체 "일단 애도해야" 보수단체 "조문 절대 불허"
검찰, 동향 주시하며 대응책 마련




19일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 사망 소식이 전해지면서 애도 표시나 조문 여부를 둘러싸고 '(南)-남(南) 갈등' 우려가 나오고 있다.

진보인사와 단체를 중심으로 죽은 사람에게 일단 애도의 뜻을 표하자는 의견이 있는가 하면 보수단체에서는 조문을 절대 불허해야 한다는 입장을 내놓고 있다.

대검찰청과 서울중앙지검은 조문을 둘러싸고 남한 내에서 좌우 의견대립이 발생할 가능성이 적지 않다고 보고 대응책 마련에 들어갔다.

●"공과 관계없이 애도 표해야"=김정일 위원장에 대한 조문을 찬성하는 입장은 동양의 윤리적 전통 차원뿐 아니라 남북 관계의 안정이라는 실리를 위해서라도 공식적인 애도를 표하거나 조문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입장이다.

참여정부 시절 통일부 장관을 지낸 이재정 성공회대학교 석좌교수는 이날 연합뉴스와의 전화통화에서 "김 위원장 사망을 계기로 남북관계를 평화적으로 관리할 수 있도록 대화를 해나가는 것이 중요하다"며 "정부가 북측에 정중한 조의를 표할 것을 기대한다"고 밝혔다.

장용석 서울대 평화통일연구원 선임연구원은 "북한을 자극하지 않는 것은 물론 필요하다면 정부 차원의 조문도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김일성 주석과 달리 김 위원장은 6·25에 직접적인 책임이 없고 김대중, 노무현전 대통령과 정상회담까지 한 점을 감안하면 정부 차원의 조문단 파견도 고려할 만 하다는 것이다.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경실련)은 "(김 위원장의) 생전 공과와는 관계없이 죽은 사람에게는 일단 애도의 뜻을 표하는 동양의 윤리적 전통을 고려할 때 정부가 일단 의전상으로라도 공식적인 애도의 뜻을 표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촉구했다.

1989년 평양에서 열린 '세계 청년학생 축전' 참석 차 방북했던 임수경 씨는 "(북쪽 사람들이) 어쨌거나 어려움에 처해있기 때문에 북녘 동포들에게 조의를 표하고 따뜻하게 손을 내밀어 줘야 한다"며 "남북관계가 너무 얼어붙어 있어서 정부 차원에서 조문할 생각도 못할 것인데, 조문해야 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노동계에서는 직접적인 조문이나 성명 발표는 부담스럽지만 애도의 뜻을 전달하는 방안에 대해서는 긍정적으로 검토 중이다.

한국노총 관계자는 "과거 우리 대통령 서거 시에도 북한직총에서 조전을 보내온 적이 있다"면서 "민주노총과 함께 앞으로의 움직임을 협의할 것"이라고 말했다.

●보수단체 "조문 안된다"…검찰 "허가없는 방북 처벌"=반면 보수단체를 중심으로 북한에 대한 조문을 절대 허락해서는 안된다는 목소리도 강경하게 흘러나오고 있다.

보수단체인 라이트코리아는 이날 논평을 내고 "김대중 전 대통령이 사망했을 당시 북한 조문단이 온 것은 김 전 대통령이 충실한 종북 정책을 폈기 때문"이라며 "정부는 이번에 종북세력이 북한으로 조문을 간다고 하면 절대 불허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 단체는 "정부는 북한에 조문단을 보낼 생각은 추호도 하지 말고 북한의 오판과 도발에 대비해 철저한 안보태세를 갖춰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 다른 보수단체인 대한민국어버이연합은 이날 오후 광화문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수많은 북한 주민을 굶겨 죽인 그의 사망을 진심으로 환영한다"고 밝혔다.

이 단체 회원 300명(경찰 추산 150명)은 "천안함 격침, 연평도 포격 사건을 일으킨 김정일이 죽은 것은 마치 앓던 이가 빠진 것과 같다"고 말하기도 했다.

이들은 "지금이야말로 자유통일을 이룰 수 있는 절호의 기회"라며 "생각 같아서는 인공기와 김정일 사진을 다 불태우고 싶지만 정부의 입장을 생각해서 오늘은 기자회견만 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북한인권학생연대도 이날 성명을 내고 "북한의 위정자가 권력의 공백에 들어가 김정일에 이어 독재를 하고자 한다면 아랍의 독재자들이 그랬듯 비참한 최후를 맞이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북한민주화네트워크는 "희대의 독재자 김정일의 사망을 계기로 북한 인민의 자유와 해방의 날이 하루속히 오기를 희망한다"면서 "정부는 혹시라도 있을지 모를 안보위기 상황에 대비해 미국 등 주변국과의 협조를 강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부도 일단 허가 없이 방북하는 행위는 남북교육협력법 위반이라는 점을 분명히 밝히고 이를 어길 시 엄중 처벌한다는 방침을 세웠다.

검찰은 정부 차원의 공식 조문 여부가 아직 결정되지 않은 만큼 상황을 보고 대응책을 마련할 예정이다.

다만 일부 진보단체가 김 위원장에 대한 분향소를 설치할 가능성이 있는데다 조문을 둘러싸고 남한 내에서 좌우 의견대립이 발생할 수 있는 만큼 관련 동향 파악에 나섰다.

●김일성 사망 당시에도 조문 논란 발생=북측 인사의 사망과 관련한 조문 논란이 발생한 것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1994년 김일성 주석 사망 당시에도 국내에서는 정치계 일각과 재야·학생들 사이에 조문 문제를 둘러싸고 심각한 국론분열 양상이 빚어졌다.

당시에도 애도 표시와 함께 조문을 해야한다는 학생운동권, 재야세력, 일부 야당의원들의 주장과 이를 도저히 용납할 수 없다는 우익세력 등 상당수 국민들의 주장이 크게 대립했다.

조문 논란은 당시 민주당 소속 이부영 의원의 발언 이후 전국연합과 경실련 등 재야 및 시민단체에서 필요성을 제기하면서 시작됐다.

한총련을 중심으로 한 학생운동권은 대자보 등을 통해 조문단 파견 문제를 넘어 김일성에 대한 노골적인 찬양까지 하고 나섰다.

반면 조문단 파견 문제가 나오면서 한국자유총연맹과 이북5도민회 등은 즉각 이를 용납해서는 안된다는 성명을 잇달아 냈다. 이후 조문단 파견주장을 한 의원 사무실을 항의 방문하거나 규탄대회를 열면서 반대 입장을 나타냈다.

김일성 사망 이후에는 2003년 김용순 북한 대남담당비서 사망, 2005년 북한 연형묵 국방위원회 부위원장 사망 당시에도 정부의 조문 내지는 조의 여부와 관련해 논란이 끊이지 않았다.

디지털뉴스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