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산업계 비상경영대기업 관망속 지표 주시 “한국경제 과거 비해 안정”… 전문가들 적극 홍보 주문
증시-외환시장 분주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의 사망 소식이 알려진 19일 정오 원-달러 환율이 장중 급등세(원화가치는 급락)를 보이자 서울 중구 을지로 외환은행 딜링룸에서는 주문을 받는 외환 딜러들의 손길이 바빠졌다. 김미옥 기자 salt@donga.com
대기업들은 “북한 관련 악재는 이미 국제시장에서 ‘코리아 디스카운트’에 반영돼 있어 큰 타격은 없을 것”이라면서도 이번 사태가 환율이나 대외신인도에 미칠 영향에 촉각을 곤두세웠다.
○ 대기업, “대형 추가 악재” 우려
이인용 삼성 커뮤니케이션팀 부사장은 “삼성은 대북사업이 없어 당장 달라질 것이 없다”며 “김 위원장 사망에 대비한 비상경영 시나리오도 따로 없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 부사장은 “단기적으로 금융시장 변동성이 우려되고 중장기적으로 실물경제에도 영향이 있을 것이므로 글로벌 경기 불확실성에 대비하는 강도를 높여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SK 관계자는 “그룹의 사업구조가 국가 위기 때 특히 중요한 인프라, 즉 통신과 에너지임을 감안해 관련 계열사들에 만반의 대비를 하도록 지시했다”고 밝혔다.
원자재 수입 의존도가 높은 철강 등의 업종은 환율이 급등할 가능성을 가장 우려하고 있다. 포스코 측은 “김 위원장 사망이 철강 수요 시장과 금융 시장에 미치는 영향을 예의 주시하면서 향후 발생할 수 있는 시나리오별로 대응방안을 마련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글로벌 경기 침체로 가뜩이나 수주에 어려움을 겪을 것으로 예상되는 조선업계는 한반도 정세 불안이 국내 조선업체의 수주 감소로 이어질 가능성을 걱정하고 있다.
내년 7월 중국 3공장 완공을 앞둔 현대차 관계자는 “중국 정부가 외교적으로는 민감하게 대응하더라도 경제적 측면의 영향은 제한적일 것으로 보고 있다”면서 “중국 정부가 한국과의 경제협력 관계를 북한 상황과 별개로 보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 여행, 항공업계에는 직격탄
한국관광공사는 이참 사장 주재로 이날 오후 긴급 대책회의를 열고, 28개 해외지사를 통해 현지 여행업계와 여론의 동향을 점검하기로 했다. 관광업계는 외국인 관광객이 줄어들지 않을까 노심초사하고 있다.
▼ 항공업계 연료 추가로 싣고 비상사태 대비 ▼
주로 중국과 일본 관광객을 유치하는 모두투어 측은 “아직 외국인 여행객들의 예약 취소나 관련 문의는 없지만 상황이 장기화하면 어느 정도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을 것”이라면서도 “다만 천안함 사태나 연평도 피격 당시처럼 직접적인 악재가 되지는 않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항공업계는 김 위원장의 사망 소식이 전해진 직후부터 항공기에 연료를 추가로 싣는 등 만약의 사태에 대비한 대책 마련에 나섰다.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 모두 만에 하나 다른 공항으로 이착륙해야 할 가능성에 대비해 국내에서 출발하거나 국내에 도착할 모든 항공기에 평소보다 30분∼1시간 정도 더 운행할 수 있는 연료를 싣고, 운행 중인 모든 항공기와 위성통화를 하며 운행 상황을 확인하고 있다. 당초 두 항공사는 미주, 극동 러시아 구간은 북한 영공을 통과하는 캄차카 노선을 이용해 왔으나 지난해 천안함 사태 이후 북한 영공을 통하지 않고 일본 쪽으로 우회하는 노선을 이용하고 있다.
○ “한국경제 안정성, 널리 알려야”
경제 전문가들은 우리 경제가 과거에 비해 상당히 안정된 상황이라고 진단하면서, 정부와 기업이 이런 점을 대외에 적극적으로 알려야 한다고 조언했다.
임수호 삼성경제연구소 수석연구원도 “과거 경험을 보면 북한발 안보 충격이 온 뒤 추가 도발이 있을 때 주가가 폭락했다”며 “지금 정부가 남북 관계의 안정화를 위해 노력하고 있다는 메시지를 시장에 던져준다면 큰 충격은 막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희균 기자 foryou@donga.com
전성철 기자 daw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