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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일 사망 1942∼2011]세계 3대 평가기관 “한국 신용등급에 큰 영향 없다” 반응

입력 | 2011-12-20 03:00:00

“北 급변따라 조정 가능성도”




올 9월 미국 워싱턴을 방문한 박재완 기획재정부 장관은 국제 신용평가사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 무디스 관계자와 비공식 면담을 갖고 파격적인 제안을 했다. 북한 리스크 때문에 한국의 신용등급이 항상 낮게 나오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북한 리스크를 제외한 신용등급 결과와 이를 포함한 결과를 따로 따로 발표해 달라고 요청한 것.

박 장관은 “북한 리스크는 하루아침에 개선될 수 없는데, 이를 이유로 한국 경제를 낮게 평가하면 투자자들에게 유의미한 평가 결과를 제공하지 못하게 된다”고 주장했지만 평가사들은 일언지하에 거절했다. 대북 리스크가 한국 투자에 가장 중요한 정보인데, 이를 제외한 신용등급은 아무 의미가 없다는 것이 평가사들의 확고한 의견이었다.

세계 3대 신용평가사는 19일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 사망과 관련해 한국 국가신용등급에 당장은 큰 영향을 주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S&P는 이날 김 위원장 사망과 관련해 “(북한에서) 순조로운 권력 승계가 이뤄지기를 바란다”며 “일시적 혼란으로 (한국 금융시장 등에) 큰 영향은 없을 것”이라고 밝혔다. 무디스도 “김 위원장 사망으로 한국 경제나 금융 여건이 크게 바뀌지는 않을 것 같다”며 “북한 정권의 붕괴나 전쟁 발발은 (한국 경제에) 중대한 위험 요소이지만 지금의 불확실한 상황에서도 그럴 가능성은 먼 이야기”라고 지적했다. 영국계 평가사인 피치는 e메일 성명을 통해 “김 위원장 사망이 불확실성을 높이겠지만, 한국의 신용등급에는 큰 영향을 주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하지만 김 위원장 사망에 따른 북한 정세의 급변으로 ‘코리아 리스크’가 커질 경우 상황에 따라서는 신용등급이 하향 조정될 개연성은 얼마든지 있다는 분석이 많다. 최근 10여 년간 한국 경제가 몰라보게 성장했지만 국가 신용등급이 1997년 외환위기 이전 수준을 회복하지 못하는 결정적인 이유도 대북 리스크에 기인한다.

이와 관련해 S&P는 이날 “지정학적 위험이 급격히 악화되지 않을 것이란 전제가 빗나가거나 북한 정권교체가 원만히 이뤄지지 않을 경우 시나리오 전개에 따라 한 단계 이상의 등급 하향 조정이 있을 수 있다”고 언급했다.

이런 상황을 누구보다 잘 아는 정부는 발 빠르게 움직였다. 김 위원장 사망 소식이 나온 직후 재정부는 간부 회의 소집에 앞서 3대 국제신용평가사 한국 담당자들에게 긴급 e메일을 보내 ‘당장의 등급 조정은 없을 것’이라는 답장을 받아내고, 이를 청와대 및 관계기관에 보고했다.

이상훈 기자 januar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