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 마이 갓! [인]제 뜰까? [혜]성처럼…
‘드 레 인 혜 ’(드레스+오인혜)이미지와 달리 오인혜의 실제 모습은 단정하고 조용조용한 인상이었다. 작은 사진은 올해 부산국제영화제 개막식 때 레드카펫 위의 오인혜. 변영욱 기자 cut@donga.com
가슴 주요 부위만 가린 채 상반신을 거의 노출한 과감한 디자인의 드레스를 입은 그녀를 360도 전방위로 찍은 사진이 실시간으로 인터넷과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타고 퍼져 나가면서 그녀는 레드카펫을 제패했다. 그 외에는 누가 무슨 드레스를 입었는지 도통 기억도 나지 않게 됐다. ‘오인혜’는 당일 인터넷 검색어 1위를 평정한 데 이어 네이버가 집계한 10월 종합 검색어 순위에서 ‘울랄라 세션’에 이어 2위에 올랐다. 지속적으로 이슈가 돼 온 울랄라 세션과 달리 그녀는 ‘찰나의 순간’으로 이슈 메이커 자리를 꿰찼다.
그 드레스를 입기 위해 오랫동안 전략을 짜고 고민했을까. ‘천만에’라는 대답이었다. 매니저도 없는 신인배우였던 오인혜는 영화사 관계자를 통해 소개받은 웨딩숍에서, 개막식 전날 겨우 옷을 구했다고 말했다.
드레스 끈을 늘려 입었다는 말은 와전된 것이라는 게 그의 설명이다. “웨딩숍에서 신부용으로 가슴 쪽을 꿰매 노출을 줄여둔 것이라면서 원래 디자인대로 손봐서 주셨어요.”
개막식 당일에는 새벽에 일어나 메이크업을 하고 머리를 만진 뒤 부랴부랴 드레스를 싸들고 부산으로 내려갔다. “매니저도, 스타일리스트도 없이 혼자 준비하느라 정신이 없었어요. 대형마트에서 양면테이프를 3종류나 사 들고 와서 가장 접착력이 좋은 것으로 가슴 앞부분을 고정했죠. 가슴 옆이 파인 것까지는 신경을 못 썼어요. 옆이 덜 노출됐더라면 이렇게까지 화제가 되지는 않았을 텐데….”
그녀가 관심을 받기 위해 일부러 노출했다는 말도 많았다. 그녀 역시 화제가 될 것은 예상했다면서도 반신반의했다고 말했다.
“처음이자 마지막 레드카펫이 될지 모른다고 생각하니 정말 최선을 다하고 싶었어요. 과감하게 나가도 될 것이라고 생각했죠. 다른 배우들보다 노출을 과감하게 한다면 이름 정도는 알릴 수 있을 것이라 생각했죠. 하지만 이렇게 해도 묻힐지 모른다는 생각이 절반이었어요.”
행사 직후 동료 여배우가 이를 확인해 줬다. “인혜 너 검색어 1등이야.” 그는 “거짓말하네. 누가 날 안다고”라고 맞받았다. “레드카펫이 생방송인 걸 그때 처음 알았어요. 호텔에 도착하니 기자들이 몰려들었죠.” 그날 전까지 그녀는 언론 인터뷰를 단 두 번 해봤다. 그날 이후에는 “원 없이” 했다.
지난 주말엔 처음으로 방송 광고를 찍었다. 영화 드라마 섭외 요청이 밀려들면서 아는 번호만 골라 받고 있다고 했다. 팬카페도 생겼다. 얼마 전 회원 수가 300명을 넘었다. 오인혜는 “지지해 주는 팬들이 생긴 게 그날 이후 가장 놀라운 일”이라고 했다. 차기작은 박철수 감독의 작품인데 기자 역할로 노출 연기는 없다고 했다.
다시 그날로 돌아간다고 해도 같은 선택을 했을지 물었다. “똑같이 파격적으로 입었을 거예요. 그 일은 잊을 수 없을 거고요. 황홀했다, 이렇게 표현할 수 있겠네요.”
곽민영 기자 havefun@donga.com